국밥 예찬

제7화 당신이 좋아하는 국밥은 어디에 속할까?(첫 번째 대분류)

by 동상

예전부터 난 국밥 관련 버킷리스트가 많았는데 그중 하나로 글을 써 보고 싶었다. 글을 핑계로 와이프에게 당당하게 먹고 오겠다고 말을 할 수도 있고 이제 국밥에 지친 친구들을 꼬시기도 쉽다. 또한 내가 먹어본 국밥들을 나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아직 국밥에 기역도 잘 모르는 국린이들에게 국밥이란 너희들이 아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천명하고 싶었다.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국밥이 뭐가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겠어? 뭐 특별한 게 있겠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밥의 세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도 차이가 적지도 특별함이 없지도 않다. 그것을 먼저 국린이들에게 설명해보고 싶다.


국밥을 상세하게 분석을 해보자면 먼저 국밥을 구성하는 요소부터 알아봐야 한다. 먼저 대분류로 국밥 그 자체와 반찬, 국밥집 이렇게 3개로 나뉜다. 이 대분류를 다시 소분류로 국밥은 국물, 고기 및 주재료, 양념, 밥, 냄새로 나눠지고 반찬은 김치, 깍두기, 부추, 양파, 마늘, 쌈장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국밥집으로 그 집의 분위기, 청결도, 친절도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밥의 맛을 결정한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그 국밥집에 만족하기 쉽지 않다.


국밥의 맛에 가장 영향력이 큰 대분류 첫 번째 국밥 그 자체, 그 중에 국물을 먼저 살펴보자.

국밥의 국물하면 뽀얗게 우러나는 구수한 그 맛을 떠올린다. 독자들도 이 맛을 떠올렸는가?

그러면 당신은 국린이다. 국밥의 기초 정도만 겪어본 것이다. 국밥의 국물은 여러 가지의 탁도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생각해보지도 못한 맑은 국물의 국밥도 아주 맛있는 곳이 있다. 그 깔끔함은 곰탕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고기와 뼈를 우리고 우린 뽀얀 국물도 있다. 하지만 이 뽀얀 국물에도 다양성이 있다. 우린 물의 그대로에 맛을 추구하는 구수함,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강조하는 깊은 맛, 된장, 막장 등 그 가게의 양념을 추가함으로써 특별한 맛의 국물,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맞춰 가게 기존의 맛에 커스터 마이징 되는 새우젓, 부추, 깍두기 국물을 첨가하여 먹는 탁한 국물까지. 무엇이 더 맛있다 말하진 못하지만 각각의 국물에 장점과 개인의 취향 저격은 존재한다.


두 번째로 고기 및 주재료. 이것에 따라 국밥의 이름이 나눠진다. 돼지고기를 넣으면 돼지국밥, 순대를 넣으면 순대국밥, 내장을 넣으면 내장국밥, 이것을 섞으면 섞어국밥이다. 여기서도 좀 더 세분화가 가능하다.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넣느냐에 따라 국밥의 맛은 천지차이가 난다. 대체로 많이 넣는 고기와 비계가 적절한 비율로 있는 국밥, 항정살이 있는 국밥, 살코기만 있는 국밥, 그와 반대로 비계가 아주 많은 국밥. 이렇게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불만인 점은 가끔 가다 보면 살코기 국밥이 메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웰빙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다이어트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비계국밥은 본 적이 없다. 왜 소는 마블링이 많은 것을 최고급으로 취급하면서 돼지는 비계가 많은 것이 천대받는 것은 항상 불만이다. 비계의 맛을 아는 자만이 고기의 진정한 맛을 알고 있다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국밥집은 각성해서 비계국밥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고기의 부위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지만 고기의 크기에 따라도 맛은 달라진다. 부산에 유명한 국밥집처럼 덩어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큼지막한 고기가 들어있는 국밥, 대다수의 국밥집처럼 먹기 적당한 크기의 고기가 들어 있는 국밥, 아주 고기가 잘게 잘게 썰어져 자장면의 고기를 떠오르는 국밥도 있다. 고기가 잘게 썰어져 있으면 무슨 맛이 있겠냐고요? 국밥을 한 숟가락을 뜨면 그 밥알 사이사이에 있는 그 고기가 밥과 어울려져서 씹는 맛을 내는 그 맛을 본 적이 있는가? 모르면 말을 하지 말자.


세 번째는 양념이다. 국밥의 기본 양념은 빨간 다진 양념이다. 이게 어디서 따로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국밥집에 가면 볼 수 있을 만큼 흔하다. 흔하지만 또 이게 맛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주는 국밥 한정 천상의 양념이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새우젓. 새우젓은 자칫 싱거울 수 있는 국밥의 염도를 맞춰주고 영양학적으로도 돼지고기의 소화를 촉진시켜 주는 맛과 건강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안성맞춤 양념이다. 기본적인 양념이 아닌 색다른 것이 있는 곳도 있다. 된장, 막장을 풀어준다거나, 청양고추를 잘게 썬 것이나 마늘을 빻아 넣는 국밥도 있다. 된장을 넣는 다고요? 맛이 이상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도 된장라면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다. 이게 이상하게 맛있다. 신기할 만큼 말이다. 세상은 새로운 도전에 따라 변화된다. 그게 국밥이라고 다르지 않다.


네 번째는 걸어가는 손님도 돌아보게 만드는 냄새이다. 냄새는 사람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하는 오감이며,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욕구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대학 자취방을 가는 길에는 가마솥에서 연기가 폴폴 풍기는 치킨집이 있었다. 처음 그곳을 지나갈 때는 뭔 불이 났나 싶을 만큼 연기가 많이 났지만 그 연기 속의 치킨 냄새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이 냄새가 대학생 때 몸무게를 최소 5킬로는 증가시킨 주범이었다. 길을 가다 빵집의 냄새를 맡고 어느 순간 가게로 들어간 기억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듯 냄새는 아주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치킨, 빵에 뒤지지 않는 것이 바로 국밥이다. 국밥의 제조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큰 솥에 몇 시간씩 끓이는 것이다. 이 끓는 솥에서 연기가 나를 부르는 손길처럼 피어난다. 이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대단하지만 구수한 냄새 또한 이제는 국밥을 적게 먹어야지 결심하던 나조차도 발길을 돌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돼지국밥의 냄새는 돼지의 향을 살리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상남자처럼 퇘퇘하고 구릿구릿한 돼지냄새가 나는 국밥집이 있는데 사람들이 기피할 거 같지만 의외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갈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와 반대로 냄새가 거의 나지 않거나 돼지국밥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곰탕처럼 구수한 냄새도 있다. 생소한 냄새가 나는 국밥집이 있으면 용기 있게 가보자. 실패가 많을 수 있지만 특별한 국밥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한국 사람의 주식인 밥이다. 맛 중 가장 맛있는 맛은 無味(무미)라는 말이 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무맛이 왜 가장 맛있다는 소리인지 언 듯 들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순적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물도 무맛이고 밥과 쌍벽을 이루는 면 또한 무맛에 가깝다. 이런 무맛의 특징은 다른 모든 요리의 맛을 북돋아 주는 것에 있다. 무맛의 대표주자인 밥은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김치를 먹을 때 밥 한 숟갈. 된장찌개를 먹을 때 밥 한 숟갈 등 짠 것을 먹을 때나 돼지고기와 함께, 치즈와 함께 등 느끼한 것을 먹을 때도 함께 하며, 초밥의 밥처럼 날 것을 먹을 때도 어김없이 함께 하는 것이 밥이니 만큼 밥에 진심인 국가가 한국이다. 밥도 이천쌀, 김해쌀과 같이 어디서 난 쌀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밥을 지을 때 물을 양에 따라서도 고슬밥, 진밥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그리고 밥솥에 따라 압력솥밥, 전기밥솥밥을 구분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떤 밥을 좋아할지는 정해지겠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갓 지은 밥이다. 밥에서 피어오르는 모락모락 연기를 보면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잘 알 것이라 생각된다. 매일 새로 짓는 밥. 밥을 자주 짓는 국밥집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국밥집이다.


여기까지가 국밥 그 자체, 대분류의 첫 번째다. 당신은 어떤 국밥을 좋아하는가? 나의 최애는 맑은 국물에 잘게 썰어진 고기가 들어가 있는 양념이 따로 필요없는 구수한 냄새의 국밥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과 따로 나오는 국밥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국밥집의 국밥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한번 따져보면 내가 좋아하는 국밥이 더 특별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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