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당신이 좋아하는 국밥은 어디에 속할까?(두 번째 대분류)
국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선 주연을 꾸며줄 신스틸러급 조연, 반찬이 필요하다. 대분류 두 번째 반찬에 대해 알아보자.
난 의외라고 할 정도로 국밥 자체보다는 반찬의 중요도를 많이 따진다. 한식이 대체로 그렇듯 국밥도 어울리는 반찬 종류가 놀랄 만큼 많다. 이 가격에 이렇게나 많은 반찬을 먹을 수 있는 게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가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많다. 반찬은 음식 가격에 모두 포함되어 있고 추가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달리 공짜로 제공되며, 눈치 보지 않고 맘껏 퍼먹을 수 있는 셀프 바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나처럼 반찬 많이 먹는 사람은 천국인 나라 한국, 바로 우리나라다.
김치, 깍두기 이건 한식의 베이스이자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국밥의 맛을 잡아주고 먹다 보면 둔감해질 수 있는 혀를 다시 새것처럼 만드는 양식의 피클, 중식의 단무지 같은 역할을 하는 천상의 반찬이다. 김치와 깍두기는 가게마다 맛이 다른 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할 것이고 갓 담은 김치를 주는 곳이 있고 술맛이 날 정도로 푹 익은 김치를 주는 곳도 있다. 김치를 먹어보면 '아 이 집은 다르네'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가게에서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는 확연히 맛에서 차이가 난다. 말라비틀어진 김치, 심심한 깍두기, 원가절감을 위해 나오는 중국산 김치의 맛은 뭐 비슷하지 않은가? 국밥의 영원한 맛수인 곰탕집 깍두기가 중요한 만큼 국밥집 김치와 깍두기도 엄청 중요하지만 정작 많은 가게들이 소홀하여 아쉬운 경우가 많다. 나는 잘 익은 김치, 아내는 갓 담은 김치, 친구는 걸쭉한 느낌의 김치를 좋아한다. 정성만 담겨 있다면 어떤 김치든 합격이다.
국밥의 단골 부추, 사투리로 전구지. 반찬으로 그냥 먹기도 하지만 국밥에 넣어먹어도 맛있는 이것. 부추 또한 국밥집마다 차이가 크다. 갓 담은 김치처럼 가게 문을 열 때마다 만들어진 듯 파릇파릇한 부추도 있고 양념과 잘 버무려져 있는 부추도 있다. 간단한 고춧가루만 들어간 듯한 부추의 본연에 맛을 살린 것도 있는 반면 참기름이 들어가거나 깨도 뿌리고 내가 모르는 양념이 들어가 색다른 맛을 내는 부추도 있다. 진짜 부추가 맛있는 곳에 가면 국밥이 나오기 전에 부추만 조금씩 먹다가 국밥이 나오면 정작 부추가 없어 눈치를 보며 더 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다음은 양파와 마늘, 고추 그리고 그 친구 막장. 국밥집의 대부분은 양파, 마늘, 고추 본연의 것을 그대로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선도이다. 양파가 아삭아삭, 마늘이 통통, 고추가 탱글한 곳은 식재료가 아주 신선한 곳이다. 이것만 봐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양파는 숨이 죽었고 고추는 말라비틀어진 듯 꼬여 있고 마늘은 색이 변해 상한 듯 보이면 다른 집을 곧장 찾아가도 된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면 양파는 한 개의 양파를 반으로 잘라서 칼집을 내어 주는 곳이 있다. 가장 신선해 보여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이다. 어떤 집은 먹기 좋게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잘라 주거나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채 썰어서 간장 베이스로 절여서 나오는 곳도 있다. 이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서 먹는데 이런 집은 거의 없어 처음 봤을 때 신기했다. “국밥집에 이런 걸?” 기분 좋은 특이함이라고 할까? 고추는 사람마다 가호가 많이 나뉘는데 매운 청양고추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오이고추처럼 매운맛이 없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 고추를 그냥 통째로 주기도 하지만 정성스레 썰어주는 곳도 있다. 통째로 주면 작고 초록빛이 강렬한 것은 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크기가 큰 것 중에도 함정처럼 매운 것도 있지만 왠지 농약이 모일 것 같은 가장자리를 똑 잘라내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면 확실히 매운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썰어주면 이게 매울까? 안 매울까?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때는 방법이 있으니 고민하지 말자.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같이 가면 살포시 부추 맛을 보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자.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이라고 할 만큼 고추를 가장 먼저 먹어보는데 그러면 반응이 바로 온다. 매우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안 매우면 그 사람들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이모 여기 땡초 좀 주세요~”.
마늘은 큰 차이점은 없지만 디테일이 조금 다르다. 여기도 고추와 마찬가지로 통으로 주는 것과 썰어주는 것의 차이가 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마늘에는 끝에 검은 부분이 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면 이것을 잘라내는 경우가 많은데 손이 많이 가는 관계로 국밥집의 경우에는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고추의 꼭지처럼 때서 먹을 수도 없어서 그냥 있는 데로 먹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처럼 없는 것이 외관상 좋아 보이긴 한다. 마늘을 절이거나 따로 요리를 하는 다른 국밥집이 있나? 제보 좀 부탁합니다. 거기 가보고 싶네요.
의외로 막장은 집집마다 다르다. 대체로 상상되는 그 파는 막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막장을 세심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퍽퍽할 만큼 진한 막장도 있고 순대를 찍어먹을 때 자주 먹는 물처럼 흐르는 막장도 있다. 막장에 마늘을 다져 넣어 여기까지 신경 쓰다니 하는 놀라움을 자아내는 곳도 있다. 이 자그마한 요소가 다른 집을 찾는 맛도 있다.
국밥의 짠맛을 책임지는 새우젓.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새우젓은 어느 국밥집에나 있다. 난 솔직히 이 새우젓의 차이점은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 몰랐다. '뭐 다 사다 쓰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와이프를 만나고 내가 싱겁게 먹기 시작하면서 염도에 민감하게 되어 새우젓마다 짠맛이 다름을 느꼈다. 설마 국밥집에서 새우젓을 담는 곳이 있을까 싶지만 새우젓을 사는 곳이 각기 다를 수 있어 차이가 있는 듯하다. 엄청 짜서 소태를 먹는 듯한 강렬한 새우젓도 있고 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새우젓도 있다. 난 그래도 소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짠맛이 느껴지는 새우젓이 좋지만 이건 기호에 맡기는 것으로 하자.
그 밖에 밥을 먹기 전 애피타이저로 먹는 소면. 소면을 국밥에 포함을 해야 하는지 반찬에 포함해야 하는지는 논란에 여지가 있다. 밥처럼 국밥에 넣어 먹어서 국밥의 일부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소면을 안 준다고 해서 국밥이 안 나왔다고 하기도 그래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내가 굳이 분류하자면 반찬으로 구분하고 싶다. 왜냐하면 한 국밥집에서 소면은 국밥에 넣어 먹는 것이 아닌 별도의 반찬처럼 먹는 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면은 국밥에 밥을 먹기 전에 면도 먹어볼 수 있는 다양성과 밥만으로 채우지 못하는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어렸을 적 배가 많이 고파 소면을 추가로 달라고 할 때 친구는 소면을 더 먹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친구 거도 필요한 것처럼 2개를 시켜 내 국밥에 다 넣어버리는 만행을 종종 저지르기도 했다.
한 국밥집은 소면을 자기만의 특색으로 만든 곳이 있었다. 이곳은 일단 소면을 밥그릇 크기만 한 곳에 넉넉하게 1인분을 일단 준다. 양만으로 다른 곳의 서너 배는 족히 넘는 것을 주면서 먹는 방법을 주인장께서 순수 가르쳐 주신다. 일단 처음은 평범하게 소면을 조금 덜어서 국밥에 넣어 먹는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소면에 국밥의 국물을 두 숟가락 정도 넣고 따로 준비해 둔 초장과 비슷한 양념을 넣어 슥슥 비비면 쫄면과 같이 빨간 소면 비빔국수가 만들어져 국밥과 함께 먹는다. 이게 은근히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매운맛이 입맛이 돌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식당이 있으니 소면은 국밥의 일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반찬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생각된다. 이런 대단하고 참신한 시도를 하신 식당 주인 분께 존경을 표한다.
이제 슬슬 국밥집으로 향할 때다. 가서 김치는 어떤지, 새우젓은 얼마나 짠지, 부추는 어떤 식으로 주는지 등을 확인해 보자. 미슐랭에서 온 사람처럼 마음속으로 평점도 메겨 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 스타일인지도 살펴보면서 최적화된 국밥의 반찬을 떠올려 보면 왠지 모르게 미식가가 된 듯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국밥 미식가, 지금 당신도 될 수 있다.
번외로 슬픈 소식을 전하자면 최근 들어 경기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예전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반찬이 안 나오는 국밥집이 있다. 깍두기가 나오고 김치가 빠진다던지, 양파, 마늘 중 하나가 안 나온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게마다 사정도 있고 지향하는 바가 있겠지만 국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반찬을 적게 주시더라도 기본 반찬은 다 주셨으면 한다. 국밥은 맛있는데 반찬이 왠지 아쉬워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긴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