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예찬

제9화 당신이 좋아하는 국밥은 어디에 속할까?(세 번째 대분류)

by 동상

좋아하는 국밥을 이야기하면서 뭐 이렇게 할 게 많은지. 드디어 마지막 대분류 세 번째 국밥집이다.

국밥집에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식당으로서 갖춰야 할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과거 친구를 비롯한 남자들과 갔을 때는 가게가 어떤지 솔직히 민감하지 않았다. 먹기 바쁜 나는 식당에 대해 무관심했다. 양 많이 주고 맛있으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시골의 순박한 남자였다. 메뉴가 잘못 나와도 “그냥 됐어요”하고 먹는 그런 남자. 이게 어느 정도였는지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아버지와 처음 보는 국밥집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은 형광등에 초파리들이 마구 날아다녔다. 더운 여름이기도 했고 파리처럼 나에게 날아오지도 않았다. 나의 국밥과 반찬을 노리지도 않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놈들도 형광등에 부딪치는 것에 지쳤는지 내가 맛있게 먹던 국밥에 한 마리 두 마리씩 다이빙하고 있었다. 나는 이게 뭐지 하면서 위를 쳐다보고 상황을 알아차렸고 아버지께 어떻게 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히 아버지의 국밥도 초파리들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동네에 있던 국밥집이라 그러셨는지 묵묵히 건져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드셨다. 그래서 나도 그런가 보다 하고 건져서 먹었던 신경줄 굵은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있다. 물론 다음부터 절대 다시 가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이 무식할 정도로 난 무뎠다. 하지만 여자분, 직장동료, 고객 등과 가기 시작하면서 식당의 분위기, 청결도, 친절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국밥집의 분위기는 시장에 있을 법한 푸근한 느낌의 장소가 많았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와 가장 저렴할 것 같은 테이블과 철제 의자가 있는 곳, 이런 곳은 친구들과 마음 편히 가기에 부담이 없고 혼밥을 하기 위해 갈만한 최적의 장소이다. 노동에 지친 아저씨들의 휴식처가 바로 이런 국밥집 분위기다. 최근 들어 국밥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간판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평한 간판에서 네온사인과 같은 글씨를 따로 넣는 것, 이제는 고급 음식점처럼 나무로 된 간판까지 입구에서부터 바뀌기 시작하더니 테이블과 의자도 나무로 되어 고급스러워졌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국밥의 고객층이 많이 넓어지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젊은 여성층도 많이 보이고 정장을 입고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분위기의 가게도 있어 남녀노소가 본인이 원하는 분위기의 국밥집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맞는 분위기의 국밥집을 방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청결도는 식당의 기본이자 이제는 법으로도 엄중히 다루는 척도이다. 아주 기본적이라 모든 식당이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호히 말할 수 있게도 아니다. 특히 국밥집은 아쉽게도 청결하기 쉽지가 않다. 식당이 수익을 내려면 공식이 있다. 첫 번째는 테이블 당 수익이 많이 나오는 방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횟집, 장어구이집 등 음식의 단가가 높은 식당이다. 하지만 국밥집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박리다매, 많은 손님을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받아 조그만 이익을 여러 번 남겨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이다. 국밥집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손님이 적다면 청결은 쉽게 해결할 방법이 많다. 횟집처럼 테이블에 종이를 미리 씌워놓고 벗기거나 손님이 없을 때 깨끗이 청소를 하거나 최근에는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등 방안이 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을 경우 종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손님이 있는데 분무기로 청결제를 뿌리며 청소하기도 힘들고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국밥집에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곳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국밥집은 대체로 행주로 쓱쓱 닦아내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지만 난 국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이해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용납되지 않는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고춧가루가 묻은 숟가락과 젓가락, 왠지 누가 먹고 남겼던 것 같은 반찬, 덜 씻긴 그릇과 물 잔 등은 이해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청결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방문하지 않게 된다.

개인의 생각에 따라 국밥의 약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 있는 국밥을 끓이는 솥이 외부에 비치되어 있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오래 끓이고 좋은 재료가 들어가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황사, 매연 등 최근 대기의 상태를 본다면 위생은 글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청결에 안 좋은 예시만 들었지만 좋은 사례도 있다. 손님에 의해서 더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밥이 나올 때 숟가락이 같이 나오거나 숟가락과 젓가락이 종이에 싸여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주방을 투명 유리로 공개해서 청결함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서빙하시는 분이 조리용 마스크를 쓰고 흰 장갑을 껴서 국밥집에 이렇게 까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청결을 신경 쓰는 가게도 있다. 다른 식당에 비해 여건상 어렵더라도 청결에 많은 신경을 써주시는 식당을 자주 찾아가자. 그곳이 바로 올바른 식당이고 우리가 단골이 될 가게이다.


식당의 친절이란 인간관계와 비슷하다. 가게의 첫인상을 가름하는 밝은 인사와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사근사근한 주문 접수, 요리를 가져다주며 맛있게 먹으라는 이야기면 그 식당이 친절하다고 단순히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 방문하는 가게이거나 단골집이 아닌 경우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을 꼽는 설문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인간관계인 것을 보면 이 친절이란 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단적인 예로 욕쟁이 할머니의 식당을 보면 고객에게 욕을 하는 것은 당연히 친절을 차지하고도 모욕적이거나 불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여기서 친근함을 느낀다. 또 다른 예로 남자들이 단골로 자주 가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를 고마워했던 주인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자 도리어 식당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고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친절의 표현이지만 고객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여 한쪽만 힘쓴다고 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좋은 관계, 단골을 만드는 것 역시 서로의 케미가 중요하다. 식당의 주인 입장에서 모든 고객에게 하나하나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친절의 기본적인 것을 갖추고 식당만의 특징적인 친절을 더하는 방식으로 가게의 특색을 만들어 고객을 단골로 만들어 보자.

고객의 입장은 더욱 간단하다. 우리가 식당을 가는 것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우리는 고객으로서 얼마든지 나에게 맞는 친절한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그 친절이 나를 유쾌하게 하거나 편안함을 준다면 그곳은 바로 나의 단골집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고객이라고 일방적인 친절만 바라지 말고 식당 관계자들에게 친절하자!

손님이라는 명분으로 반말을 마구하는 무례한 경우는 너무나도 많이 봤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우리도 손님으로서 예의를 다해보자. 친절은 친절로 돌아오고 그 친절들이 계속 돌다 보면 유대감이 생기고 이 유대감이야 말로 단골의 필수 요소니까.


지금까지 국밥을 구성요소를 살펴보며 분석해 보았다. 뭐 이렇게까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나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해 놓고 국밥집을 찾아가면 그 가게가 다시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잘 접해보지 않는 오페라를 그냥 가서 본다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말로 연극도 하고 노래도 하는 것을 마냥 지겹게 지켜보게 된다. 결국 저 배우는 뭘 하는 거지를 연신 생각하면서 슬슬 잠에 빠져들어 코를 안 골면 다행이다. 하지만 과거의 대표 종합예술인 오페라와 현재의 뮤지컬의 차이점을 알아도 보고 누가 작품을 만들었고 배경도 알고 스토리 상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 포인트며, 아리아와 앙상블이 무엇인지, 여기서 노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보면 그 재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처럼 국밥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고 분석, 분류를 해 놓으면 가게를 도착하자 말자 나만의 재미있는 게임이 시작된다. 이 국밥은 어떤 종류의 고기를 쓰는지, 크기 어느 정도인지, 국물의 탁도는 어땠는지, 이것에 따라 맛은 어떻게 변했는지, 이 집의 특색은 무엇인지에 따라 ‘아~! 이 국밥집은 여기에 해당되는 군.’하며 탁 분류가 된다. 이 분류상에 비슷한 국밥집과 비교해 보고 내 머릿속에는 어느덧 그 국밥집들과 방문한 국밥집의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국밥집을 다녀본 나의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3위권 내에만 들어가도 유의미한 발견이다. 만약 1위를 한다면 내가 고대하고 바랬던 위대한 맛집 발견이 되는 것이다. 당신도 국밥을 좋아한다면 한번 재미 삼아 분석, 분류를 해보자. 그리고 당신만의 순위표를 만들고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해당 1위 집을 찾아가자. 그럼 당신은 어느 순간 국밥의 전문가의 포스를 풍기고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 같이 갔다면 유창하게 설명해 주자. 이 국밥은 이러저러하고 반찬은 저러이러하다고 그럼 같이 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거 국밥에 미친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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