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화 새로운 흑막들의 등장

by 동상

지금은 남흑막과 여흑막만이 나를 감시하고 있지만 나는 다른 흑막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어둠에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투명한 판 너머에서 나를 지켜보던 자들이 있었다. 그때 그들은 나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나의 반응을 보려는 듯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들의 손에 든 상자를 나에게 내밀며 쉴세 없이 상자를 누르기도 하면서 한없이 기쁜 듯 웃었다. 그 이후 그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난 우연히 지나가던 흑막들이 나를 구경하러 온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음료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을 때 벽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리리~ 삐리리~" 나의 잠을 방해한 그 소리에 화가 났지만 피곤해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뒤 다시 한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리리~

삐리리~"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응애 응애"


내가 우는 사이 남흑막은 거대한 철문을 열고 새로운 흑막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 또한 남녀흑막이었지만 왠지 남흑막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고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들은 여흑막의 품에서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쏜살같이 내가 씻는 방으로 가서 손을 씻고 나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무섭게 접근해서 무언가를 말했다. "우리가 잠을 깨웠어요? 우쭈쭈 우쭈쭈"


여흑막은 당연하다는 듯 나를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이제까지 감시하고 구속하던 여흑막이 이렇게 쉽게 나를 넘겨주는 모습에 섭섭하기도 했다. '나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더니 역시 나를 다른 흑막들에게 넘길 생각이었나?' 이곳에 슬슬 적응을 하고 있었는데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난 더욱 세차게 울었다. "응애 응애"


새여흑막은 그런 나를 능숙하게 안아 들고는 엉덩이를 토닥이기도 하고 천천히 흔들기도 했다. 푸근하고 편안한 흔들림에 나는 점점 진정되어 울음을 그치고 새로 온 흑막들을 보기 시작했다. 이런 내 모습이 좋았던지 새남흑막도 나를 안아보았다. 외모와 다르게 그들은 체력이 좋은지 그때부터 나를 한시도 내려놓지 않고 번갈아 가면서 안고 있었다. 여흑막이 나를 다시 넘겨받으려고 시도를 하기도 했다. "어머님 힘드신데 저한테 주시고 좀 쉬세요." 하지만 그런 시도가 무색하게 그들은 나를 넘겨주지 않았다. '새로운 흑막들의 힘이 더 센가 본데?'


새 흑막들은 나를 보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말을 걸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도 냈다. "까꿍 까꿍" 난 그들의 신기한 소리와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까르르~ 방긋" 그러자 새 흑막들은 더더욱 광분하여 나를 안아 들고 돌아다녔다. 나는 새 흑막들이 기존의 흑막들보다 힘이 센 것을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잘 보여 방심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만족하도록 계속해서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어느덧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내가 음료를 마실 시각이 되어 여흑막에게 맡겨졌다. 새 흑막들도 식탁에 앉아 남흑막과 이야기를 나누며 먹고 마셨다. 여흑막도 나에게 음료를 다 먹이고는 그곳에 합류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새여흑막은 흐뭇한 표정으로 여흑막에게 말을 건넸다. "아기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그 말을 들은 여흑막도 뿌듯한지 미소를 지었다.


많은 담소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 지나갔다. 난 새여흑막에게 안겨 반쯤 포기 상태로 새로운 흑막들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새 흑막들은 벗어두었던 옷을 다시 입기 시작하더니 여흑막에게 새하얀 종이를 건넸다. "아기랑 좋은 거 사 먹어라." 그들은 그런 말을 남기고는 훌쩍 철문을 열고는 가버렸다. 허무한 결말이었다. '이게 뭐야. 내가 이때까지 한 걱정은! 이때까지 웃어준 노력은!!' 난 나를 농락하고 사라져 버린 새 흑막들에게 분노를 토하여 세차게 울었다. "응애 응애"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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