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and steady
오늘은 지난주에 신청한 아파트 분양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점수가 낮아서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법도 바뀌어서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9시가 됐는데 문자가 안 온다.
떨어졌구나.
기대하지 않았지만 실망감이 오전내내 나를 억누른다.
올해초 퇴사한 S대리는 퇴사 전에 이미 아파트 분양으로 자산 6억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K대리는 퇴사하고 6개월만에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J과장은 퇴사 후에 외국계 회사에 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어떻고, 다른 누구는 어떻고...
점심먹고 찬바람 속을 걸었다.
내 스스로 나를 옭아매고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스스로 소문을 수집하고 소문 속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나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 가서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10년 계획을 여유있게 세워서 천천히 가려고 한다.
긴 인생동안 마음을 일부러 지옥불에 넣어놓고 살 필요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