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엔지니어
회사 후배가 로드 자전거를 탄다.
작년부터 그렇게 자전거 사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로드 자전거는 왠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집에 있는 접이식 자전거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민 엣지 같은 장비들은 자전거 탈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입했다. 아마도 이때 이미 말려든 것이렸다.)
그런데 이 후배가 6월 2일에 자전거를 자동차 위에 거치할 수 있는 장비를 사러 간다길래 헬멧도 살 겸 따라갔다.(내 머리의 안전은 소중하니까.)
후배가 거치대 시공을 맡기고 남는 시간에 근처에 있는 자전거 샵에 갔다.(바이클로 분당점이다.)
거기서 헬멧이랑 장갑을 사고 전시되어 있는 자전거를 둘러보았다.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한 로드 자전거를 봤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이 들어간 BH Quartz였다.
6월 3일, 6월 4일, 6월 5일에 집에 있는 자전거를 가지고 자전거길을 달렸다.
힘은 드는데 속도는 12km/hr밖에 안 나오더라. 허벅지 터져라 페달을 밟아서 15km/hr가 나왔다.
그래서 바이클로에 전화해서 3일 전에 본 BH Quartz 105 조립을 요청하고 6월 6일에 가지러 갔다.
(페달도 따로 돈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중심을 잘 못 잡았지만 간신히 간신히 잡고서 자전거 도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있던 접이식 자전거로는 느낄 수 없는 속도감, 그리고 가벼운 페달 움직임.
과연 내가 이 자전거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6월 둘째 주부터 동네 자전거길을 조금씩 달렸다.
처음에는 짧게 10km를 달렸다.
가볍게 달렸다.
그다음 주에는 20km를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힘이 빠져서 페달질을 할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 타다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마트에서 스포츠 양갱을 찾았다.(타우린도 들어있다.)
셋째 주. 집에서 출발해서 중랑천 합수부~잠실철교~반미니를 통과하는 경로를 짜고 아침에 출발했다.
음료수와 스포츠 양갱을 가지고 갔다.
55km를 타고난 후 감회는 다음과 같다.
로드가 재미는 있다.
체력이 형편없다. 그래서 너무 자주 쉬었다. 집에 와서도 온 몸에 몸살 걸린 것처럼 아팠다.
토크를 올리는 방식은 내 다리 힘에 맞지 않는다.
어디선가 봤다.
로드 자전거는 어른들의 취미라고.
맞다.
로드 자전거 자체의 가격도 비싸고 헬멧, 장갑, 물통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자전거 가격만큼 들어간다.
그렇지만 달려보니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체력이 부족해서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지만 또 달려볼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
좀 더 익숙해지면 다른 곳도 다녀볼 생각으로 계속 찾아보고 있다.
40여 년 동안 살면서 처음으로 생긴 운동 취미다. 내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