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내가 너무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에 대해 친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주어지는 대로 차곡차곡 글을 쓰고 나름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매번 미끄러지는 공모전 앞에서는 유독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이미 글을 쓰는 사람이고,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글로 돈도 벌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자면, 아직 먼 길 같아 주눅이 들었다.
잘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이따금 다른 길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지금에라도 얼른 나의 다른 쓸모를 찾는 게 맞는 것인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재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친언니에게 코칭을 부탁한 것이다.
언니는 내가 자기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한 코칭 세션을 기획하고는 얼마간의 시간을 주었다. 가장 먼저 주변인 세 명에게 나의 강점과 관련한 질문 세 가지를 인터뷰하는 것이었고, 어제 오후,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언니와 카페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언니는 강점 단어들이 적혀있는 카드를 꺼내 테이블에 펼쳤다. 존대를 해가며 정말 고객을 대하듯 나의 강점 찾기에 주력했다. 주변인이 직접 내게 말해 준 나의 강점과 그와 관련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면서 경험한 성공, 난관을 이야기했다. 이후 나는 그 성공과 난관에 쓰인 내재된 강점들을 카드 안에서 골라내었다.
질문에 따른 내 대답을 들으며, 코치 님은(언니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의 코치) 내가 그동안 밟아온 계단은 스스로를 의심만 하던 의심의 계단이 아닌 결국 설득의 계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꿋꿋하게 이를 외면한 채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던 내가, 그래도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나의 글이 결국 누군가를 설득했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이를 알면서도 굳이 공모전에서 미끄러진 경험만으로, 스스로를 쉽게 의심했고, 가장 큰 기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다시 의심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써두고 싶은 말이 많다.
어제 코치 님과 나눈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설득의 계단부터 시작하여 내게 추진력이 있다는 사실, 좋아하는 일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힘과, 몰입, 글에 대한 신념 그리고 용기와 성취지향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로 알고 나니, 오히려 문제는 간단해졌다.
스스로를 의심할 시간에 실력이나 더 쌓자는 것.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글이나 쓰자는 것.
친언니에게 코칭을 받고 나면, 의심이 사라지거나 그래서 어떤 해결책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오히려 내가 놓치고 있던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강점을 바로 알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뚜렷이 파악하여 앞으로 나아가 길은 또 어떻게 밟아갈 것인지 선명해졌다.
나라는 사람은 물을 쏟아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어져버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어제의 대화는 물을 닦아내 종이를 말리고, 기억을 되짚어 선을 그려내 그림을 되돌려 놓는 과정이었다.
채색은 결국 내 몫이지만, 어떤 그림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는 탓에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