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고 불안도가 높은 나는 타인을 그리 쉽게 믿지는 못한다.
친절하게 접근을 하면 의도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내게 친절하지? 생각 끝엔 원래 그런 성격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판단이 선 뒤에도 빠르게 가까워지는 건 기피하는 편이다.
아이들의 같은 원 엄마들과 간혹 커피 한 잔, 밥 한 끼 정도는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진실로 마음을 트고 가까워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이는 나의 인맥이 여태껏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머무르게 한다. 만나서 침묵까지 편한 관계는 딱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나도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아무 이유 없이 가까워지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더러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하게, 섣불리, 불쑥 다가가는 스타일도 아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겐 또 과히 친절하거나 너무 조심스러워 뚝딱 거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래서 나의 친절함과 접근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친절하지? 나한테 원하는 게 있나?
최근 알게 된 사람들이 몇 있다. 모두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좋은 기회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그 몇 명 중에서 내게 가장 호의적인 사람도 있다.
첫 만남 이후 일주일 정도 흘러서 그 사람에게로부터 카톡이 하나 왔다. 주말이라 아이들 돌보느라 바쁘겠다며, 애엄마인 내 입장을 알아봐 주면서 내가 보내는 답장에 역시 되게 밝은 사람이었다고 웃어주었다.
나는 반가웠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이토록 가까이 알게 된 건 처음일뿐더러 거기다 내게 호감까지 가져주는 사람이라니. 어떻게 반갑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럼에도 설레는 마음 일면 가라앉히는 건 원래의 기질대로 내면화되어 있는 불안함이나 의심이었다. 혹시 나한테 연락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쓰고 나니 우습다. 내가 뭐라고, 나한테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이 나의 생존 법칙이라면 법칙일까.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생길 상처에 대비하는 방식일까.
어쨌든 그 사람은 내게 여전히 호의적이고, 친절하며 나를 굉장히 밝은 사람으로 좋게 봐준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도 하고 벽을 낮추고 천천히 친해져 볼까, 용기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