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란..

by 향작

큰 아이 59개월

작은 아이 37개월


쓰고 나니 여전히 어리다는 실감이 피부로 와닿는다.

이따금 몇 개월인지 되새겨야 하는 것, 그래서 알아차려야 하는 것, 나의 아이들이 얼마나 어리고 어린지, 또 얼마나 나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지 새삼 깨달아야 하는 것이 육아일까.


좀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투정과 말썽에 속이 긁히고 바닥이 나는 걸 꾹꾹 참아내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럼 또 듣게 된다. 엄마 왜 한숨 쉬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내 기분을 파악하는 눈초리와 질문에 괜스레 다시 민망해지고 또 미안해져 이상한 변명만 만들어낸다. 아니, 엄마 너무 더워서, 숨까지 가쁘네! 따위.




육아는 참 나의 영역을 매번 침범당하는 일이고, 예상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건 물론 개구리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의 행동은 예측하기가 불가능. 귀찮은 일 천진데 그걸 마땅히 해주어야 하고 재미없는 놀이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마치 동갑내기처럼 놀아주어야 한다. 웃기지 않은 말들에도 과하게 반응해 주어야 하는 것도, 그때의 내 기분에 대한 배려 따윈 없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고된 일이다.



최근에 이른 무더위를 뚫고 아이들과 함께 제법 먼 거리의 피자집에 걸어간 적이 있다. 도착해서 피자를 시키고 남편과 나는 맥주도 곁들였다. 천국이 따로 없었는데 이는 어쩌면 걸어가는 내내 예상 가능한 천국이었다. 덥다고 불평하는 아이들, 더불어 땀을 흠뻑 흘리며 차를 타고 갈 걸 후회하는 남편까지. 나는 내가 걸어가자고 한 장본인이라 이들을 달래기에 급급했다. 도착하면 가게는 에어컨으로 쾌적할 것이며, 맥주는 우리에게 가뭄 속 맑은 샘 같을 거라고. 게다가, 검색해 보니 그 가게의 피자가 여간 맛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까지 현혹시켰다.

잔뜩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느끼는 에어컨 바람의 쾌적함과 피자의 맛 그리고 생맥주는 이들의 기분까지 손바닥 뒤집듯 하게 했다.


더욱이 아이들이 영아 시절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네 가족이 피자 한 판을 가운데 두고 나눠먹으며 느끼는 사랑이란 것은 천국 그 이상의 가치였다. 그래서였을까. 돌아가는 길의 무더위는 이전의 것과는 달랐고 우리는 보다 더 끈끈했다. 각자의 마음속에 무더위를 이길만한 무언가를 하나씩 품고 나온 듯했다.




육아란..,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 속에 감히 예견된 행복일까. 지난하고 고된 시간을 온몸으로 맞아 파도처럼 타고 넘으면 이후엔 충만한 기쁨을 기대할 수 있을까.


희망을 안고 인내하는 내게

육아는 예견된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도 결국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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