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사사로운 생활

by 향작

요즘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시간 외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에 대해 생각했다.


주로 책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본다.

이는 일면 노력이 필요한 일로, 자칫하면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십상이라 “굳이”, “기필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려고 한다.

그마저도 꾸역꾸역 하는 느낌이라 흥미를 잃을 땐, 이미 보았던 드라마를 켜두거나 잠을 잔다. 이도 아닐 때 하는 건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청이다.


유튜브에서 주로 보는 건 좋아하는 인물이 게스트로 나오는 모든 영상 혹은 이동진 평론가의 [파이아키아], [라플위클리], 데프콘의 [취미는 과학] 정도가 요즘 나의 유튜브 최애이고, 넷플릭스에선 [티처스]를 제일 흥미진진하게 본다.


[티처스]는 내가 학창 시절에 가져보지 못한 올바른 학습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이제 와서 ‘취미는 수학’을 꿈꾸게 한다. 학창 시절엔 절대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 없는 문과생,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것만 쏙쏙 골라 공부하는 편향적인 학생이었는데 정말 이제 와서 수학에 흥미를 갖는 것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수학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나의 취미생활로도 손색없는) 초등 수학 개념책을 샀고, 시작했다. 이왕 하는 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잔 마음에 선택한 초등 수학인데, 문제를 풀며 설마 틀리겠어? 일말 긴장도 되는 게 스스로 흥미롭다. 이게 뭐라고..., 서른 중반의 나이에 초등 수학책을 펼치며 뿌듯한 데다 즐거운 걸까. 내 아이만큼은 수학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시도하는 엄마라니, 자찬도 빼먹지 않는다.


오늘은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한동안 좀 피곤한 데다 에어컨이 과했는지 감기에 걸려버렸는데,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꼭 약을 먹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했다. 오전에 병원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사실 졸리기도 하고.., 책보단 더 흥미를 끄는 유튜브를 켰다. 이동진 평론가가 나온 유퀴즈 프로그램의 썸네일이 눈에 띈다. 영상에서 평론가는 첫 만남에 사인을 부탁하는 일이 실례 같아 두 번째 만남에서 주로 부탁한다며, 유재석의 사인을 받기 위해 유퀴즈에 출연한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개인 소장품을 소개하다 분홍색 작은 마이크 소품에 유재석 사인을 부탁한다. 보는 동안 나는 조세호를 신경 썼는데, 갖은 생각들이 무색하게 이동진 평론가가 자신의 소신을 재차 언급한다.

“처음에 부탁드리는 건 어려우니까.., 조세호 님은 제가 다음에.. 사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소심한 나는 계속 궁금했다. 옆 자리의 조세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기분일까. 괜찮을까. 나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등등. 이후 이동진 평론가의 대우를 확인하고 내 걱정이나 고민이 씻긴 것처럼 개운했다.



모든 순간을 통해 소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배운다는 표현이 거창할 순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수학과 같은 이론부터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까지. 배울 게 실로 차고도 넘쳐서 또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보는 일이 요즘 나의 사사로운 사생활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1화오랜만, 로그인을 하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