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과 결혼한 지 6주년이 되는 날이고,
또 10월은 만난 지 10주년이 되는 달이다.
나는 마당발도 아니고, 무얼 해도 마음 맞는 사람 한 두 사람과만 가까이 지내는 편으로 결혼식 하객도 그리 많지 않았다. 청첩장을 돌리면서 하객수는 지레짐작했는데, 또 개중에 오랜 친구 둘과의 인연을 끊어내기도 했다. 결혼식 후가 아니라 이전에, 청첩장조차 주지 않았다.
한 명은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또 한 명은 만나서 직접적으로, 이제 친구로의 인연을 끝내고 싶다고 전했다.
누가 들으면 친구와 만나서 그렇게 끝내기도 하는구나 싶겠지만 그 사람과 나는 그렇게 끝낼 만한, 지독하고도 끈적한 사이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 그 사람은 끈적함보단 지독함에 지치고 또 함께한 지난 추억들도 되새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더 많았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은 없다.
나이가 든다고 사람 사귀는 일에 인이 배겨 능수능란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은 잘 변하지 않아서 여전히 마음 맞는 사람에게만 정이 붙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대체로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또 그만큼 경계하며 사람 사귀는 일에 까다롭게 군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던데, 앞서 언급한 두 명 외에도 시절인연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시절엔 진심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어졌고, 때때론 내가 무얼 잘못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멀어진 인연이 아쉬운 사람도 더러다. 그 아쉬움 속에는 섭섭함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그런 만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애써 붙잡고 있는다 해도 멀어질 사람들은 다 멀어진다는 걸 알아서다. 반대로 내가 소홀하다 생각한 사람임에도 붙을 인연은 나의 곁 지근거리에서 맴돌고 있다. 결국 나는 내 곁에 남아있고 또 내가 노력할 열정이 생기는 사람들과 소소하고도 정답게 지내는 사람인 것이다.
결혼기념일에 지난 사진들을 보다가 뜬금없이 인연,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 뿐, 또 누군가와 멀어진 건 아니다. 단지 내가 돌보아야 할 것들은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남편은 물론, 두 명의 어여쁜 딸과 이 생에 맺은 소중한 인연이다.
더불어 나는 내가 내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좋은 인상, 영향을 주는 사람, 불쑥 생각이 나 전화 한 번 해보고 싶는 사람, 그렇게 오랜만에 닿은 연락에도 어제 나눈 대화를 이어서 하는 것처럼 거리낌 없고, 친숙한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