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엄마이길 포기했다.
이전엔 좋은 엄마가 되고자 무던히 애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애를 쓰면 쓸수록 내 바닥은 쉽게 드러났다. 별 일 아닌데도 짜증을 냈고, 아이는 울었으며 나도 덩달아 울었다. 아이는 그 모든 것을 쉽게 잊고 다시 내게 안겼지만 내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 고작 이런 인간이라는 자책, 아이에게 갖는 끝없는 미안함. 모든 것들이 한데 뒤엉킨 채로 소화되지 않았다. 그런 날의 밤이면 유독 길었고, 자주 깼으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곤 했다. 마치 대답 없는 아이의 얼굴에 대고 용서라도 구하듯이.
나는 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지 자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오래 곱씹었다. 답을 찾으려 해 봤지만 그건 내가 이 아이를 왜 사랑하느냐 묻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이 아이에게 나는 이미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는 내가 무얼 해도, 언제고 몇 번이고 용서하며 사랑해 주었다. 나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내가 그 마음을 함부로 대할 리 없다는 건 나도, 아이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에게 계속 무언갈 해주어야 할 것 같고, 모든 걸 감내해야 할 것 같았다. 끊임없이 시험대 위에 나를 올려두는 아이를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것만 같았다. 그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채찍질하며 부추겼다.
넌 좋은 엄마여야 해.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해.
그렇게 대단치 않은 사람이 훌륭하고 대단하려 애쓰다 보면 바닥은 더 쉽게 드러나버리고 만다. 아이에게 되지도 않는 화풀이를 하고 내 고집을 강요하는 것 등으로.
나는 결국 스스로 좋은 엄마이길 포기했다. 대신 인정하고 사과하기로 약속했다.
미안해, 엄마도 아직 많이 부족해서 네 모든 투정을 받아주지 못했어. 오늘도 그만 화를 내고 말았어. 소리 질러버렸어. 하지만 이게 안 좋은 행동이란 건, 너도 알고 엄마도 잘 알고 있어. 엄마가 그래서 네게 많이 미안해. 앞으로 절대 안 그러겠단 약속은 못 하지만 더 많이 참아볼게. 더 좋은 대화 방법을 찾아볼게. 엄마는 널 많이 사랑하니까, 노력할게. 노력을 약속할게.
좋은 엄마이길 포기하고나니 한결 수월하다.
아니다. 아이 키우는 일에 수월한 건 없다. 여전히 별 일 아닌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언성을 높이지만, 자책은 짧고 사과는 빠르고 포옹은 깊다. 속으로 되네기도 한다.
다음번엔 이렇게 대화해 봐야지. 이렇게 알려줘야지.
그렇게 나는 한 번 화낸 일에 수십 번 자책하는 걸 안 하게 됐고 나란 사람이 부족한 사람이란 걸, 엄마로서는 굉장히 미숙한 사람이란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좋은 엄마가 어떤 엄마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정말?)
먼 훗날, 내 아이들의 대답으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직접 듣지 못해도 아이들 마음에 깊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나의 엄마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