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이 된 러너
2026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마라톤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코스피 6,000시대이기도 하지만요. 지난 22일 4만 1천여 명이 참가한 대구마라톤을 시작으로 1만여 명 내외의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들이 열리고 있는데요. 마라톤대회는 이제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라 단 며칠 사이 특정 지역에 돈이 몰려 가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죠.
1. 마라톤 대회 지출의 시작
지역 경제 활성화 트리거는 바로 [마라톤대회접수] 단계부터 시작됩니다. 인기 있는 대회 접수를 마친 순간부터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KTX, SRT, 고속버스를 바로 예약해야 하는데요. 수천에서 수만 명이 한날에 모이기 때문에 이동수단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예약이 늦어버리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자차를 끌고 이동해야 하죠.
2. 숙박비 프리미엄
숙박은 대회장과의 거리가 프리미엄입니다. 대회장에 가장 가깝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면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하는 경기 특성상 거리의 이점은 가격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니까요. 그리고 수만명이 대회 전날 숙박해야 하기에 수많은 숙박시설에 러너들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러너 혼자 오기도 하지만 가족 단위로 여행겸 오기 때문에 더 많은 숙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3. 식음료 비용
'카보로딩'부터 보상 회식까지 먹는 것 또한 마라톤의 중요한 과정이죠. 대회 전날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한 카보 로딩 '탄수화물 섭취'는 지역 내 파스타, 국수, 칼국수, 쌀국수 매장의 매출을 견인하게 됩니다. 인기 맛집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족 단위, 크루 단위 회식은 지역 상권에 단기적인 매출을 가져다 주고요. 카페, 편의점의 음료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게 됩니다.
4. 로컬 모빌리티와 약국 경제
기차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숙소에서 대회장으로 이동할 때 지역 택시를 타게 되죠. 그리고 대회를 앞두고 챙기지 못한 파스, 소화제, 바셀린, 테이프, 선크림 등 지역 약국들 역시 마라톤 특수를 누리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러너가 사전에 [마라톤체크리스트]를 챙기며 대회 원정을 준비하지만, 현지에서의 즉흥적인 소비는 여전히 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관광객으로 변하는 러너들
대회를 마친 러너들은 이제 선수에서 관람객으로 탈바꿈합니다. 지역 명소를 방문하고 가족들을 위한 특산품이나 선물 세트를 구매하죠. 지역 빵집의 인기 있는 베이커리를 들고 올라가기도 하고요.
4만 명 규모의 메이저 대회가 유치되면 약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사이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인당 평균 원정 비용을 20~30만 원으로 산정했을 때 직접 지출액에다 지역 내 생산 유발 효과를 추산해 더한 수치입니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대회 규모를 키우고 브랜드를 만들거나 인증 대회를 획득하려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러닝이나 마라톤이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은 만큼 러너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도 나오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