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됐던 건, 내게 관심이 있다고 한 상대가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친 사람이 있었나 보다. 그를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는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자주 뵙는 거 같아서요, 번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런 관심이 싫지 않기도 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책상 위에 조그만 우유 같은 걸 올려 두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우리는 밥을 같이 먹은 것도 아니고, 그럴듯한 데이트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어 갈 무렵, 그 옆의 다른 여자를 봤다. 그 여자는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긴 생머리와 동그란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와 여린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난 그때부터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내가 좋았던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외형적 특성이 좋았던 것이었다. 내가 가진 취향이 어떻든, 어떤 가치관인지 그런 것보단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를 보고 사람을 선택하고 사귀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닐진대, 그와 같이 선택하는 사람도 있구나. 그가 내 성향을 알진 못하겠지만, 내 진짜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건 그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사람을 더욱더 믿지 못하게 됐다.
시간은 지나 졸업식이 되었다. 고학번이었던 그를, 우연히 사진을 찍는데 마주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있는 자리에서, 나도 그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그도 그랬지만, 그 이후로 어떻게 사는진 모른다. 아마 그의 취향에 맞는 겉모습을 가진 그녀와 잘 살겠지.
나와 비슷한 외형의 사람에게 끌렸다면, 나는 ‘그’와 비슷한 외형의 사람이면 끌릴 수 있는 걸까?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려서 갈 사람이라면, 보내는 게 맞는 거 같다. 난 '나'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게 지금까지 혼자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