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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Mar 20. 2024

깨진 유리는 다시 붙지 않아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이 될 무렵엔 마케팅 수업을 들었는데, 난 스트레이트로 올라간 반면 수업에는 복학생들과, 휴학을 하고 복학한 언니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막내였다. 근데 어른미에 빠지는 병맛이 있던 나는 그중 준에게 마음이 갔다. 그는 자신을 절제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도서관에도 자주 출몰해서 그를 따라다녔는데, 그도 날 만날 때마다 반가워해서 날 좋아하는 건 줄 착각하게 되었다.


시험기간에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면서, 그리고 서로의 자리를 맡아주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요새 무슨 음악 들어요?'라는 질문에 '루시드폴의 고등어'를 말하는 사람이었고, 참지 못해 보낸 새벽의 문자에도 친히 답해주었다. 그래서 그에게 고백하려고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정문 앞 도로에서 여자와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그를 보았다. 그를 못 본 척했다. 그는 그냥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이후로 데면데면 해졌다.




그땐 판포와 멀어진 시점이기도 했다. 한은 나와 친하던 지역의 동생인 민을 향해 '걔 좀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아?'라고 말했고, 나는 바보 같게도 그 생각에 동의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쓸데없는 동조심이 발동했다. 그러자 민은 '언니, 요새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어?'라고 대화를 신청했는데, 난 그 이야기를 직접 전하며 '근데 너 좀 소유욕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애는 충격을 받았는데, 나중에 내가 사과를 해도 겉으로는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나를 제외한 3명과만 몰려다녔다. 당시 그런 내 마음을 영화동아리에서 만난 현 언니한테 많이 의지를 했는데, 현 언니는 그 동아리에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난 나름 그 오빠와 언니를 이어주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3학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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