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휴일이 와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에 질식할 것 같았다. 오히려 평일에는 주어진 일이 있는데 주말엔 그런게 없으니까 침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거나 의미도 없는 숏폼을 계속 봤더니 뇌가 절여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는 상황에도 불만족했고 이 회사를 택해서 상황조차 내가 만든 거 같아서 그게 자기혐오로도 이어졌다. 혼자 살아서 느끼는 외로움이라기엔 가족과 살아도 상황은 별반 다를게 없을것 같았다. 애초에 가족엔 내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끔 걸어서 동네 카페에 갔지만, 갈 수 있는 곳마저 한정적이어서 맨날 가게되는 카페가 마치 달라지지 않는 내 현실같아서 그마저도 우울하게 느껴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방음이 되지 않아 옆건물에서 들려오는 외국인노동자가 트는 국가음악, 건물을 나서면 한켠에 찢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 맨날 마주치는 편의점 직원마저 날 한심하게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시점을 계기로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하던 업무가 바뀌게 되어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나를 존중해주고 위해주는 박사님을 만나서 내 상황을 이해받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여자임에 겪는 사회적 불합리함과, 회식자리에서 겪은 기관장 옆에는 여자를 앉히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에 '바꿀수 없는건가..'라는 생각이 용역사업을 통해 대표를 만나게 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게 되며 인식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휴일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해야 하지' 라는 부담감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감싼다. 내 시간을 통제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가치를 다시금 깨달은 것 같았다. 방금 동생에게 온 문자엔 '글쓰는게 재밌어?' 라는 반문이었지만 나는 글쓰는게 제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