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살면서 요리를 할일은 없었다. 모든 시간은 공부를 위해 할애해야 했고 집안일을 하거나 수건을 갠다는 등의 일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었다. 그래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회사 이전으로 지방에 오게 됐다.
처음에는 동일하게 요리를 하지 않고 모든 음식은 매식으로 해결했다. 당시에는 원룸이라 주방도 좁아서 뭘 굽기만 해도 집안이 연기로 매캐해져서 요리를 할 엄두를 못냈다. 그리고 야근이 일상화되어서 9 to 9 은 기본이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날들이지만, 아무튼 그때는 그랬다. 6시가 되면 자연스레 저녁을 먹으러 가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매식도 지겨워지는 때가 오기 마련인데, 파나 마늘, 양파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를 갖추는 건 물론 아니고, 계란찜을 시도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동생이 집에 와서 계란찜을 막내가 먹고 싶다길래 했는데 음식점에서 나오는 달걀찜과 같이 폭신하게 올라와서 부드러운 계란찜이 아니라 어딘가 치즈케잌처럼 주저앉고 고무를 씹는 질감이었다. 음식이 그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랬다. 가족들은 이게 계란찜이냐며 웃었지만 그때 당시 마냥 웃을수 만은 없겠다는 위기를 느꼈다.
지금은 달걀찜 용기를 샀는데, 마찬가지로 해당 용기에 해도 어쩐지 맛이 없는 찜이 완성되어서 이제는 계란찜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오실 때 해주신걸 먹거나, 고기집에 가서 먹는 편이 속 편한거 같다. 사람이 모든 걸 잘 할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요리법을 굳이 알고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