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갔다가 사이비에 갈 뻔했다

by 강아

지금 생각해봐도 황당한데, 나는 길에서 신천지를 만나면 단숨에 무시하고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사이비의 위험은 있었다.


문토라는 어플이 있었다. 취미공유 어플인데, 처음에는 어떤 매거진을 통해 알게 됐다. 하고픈 걸 모여서 같이 하는 어플이라고 했다. 당시 지방생활에 심각하게 무료함을 느끼고 있어서 가입을 하게 됐다. 하지만 왠지 낯선 사람을 만나는건 좀 꺼려져서 한참 있다가 독서모임이 있길래 그건 괜찮을거 같아서 한번 나가보기로 했다.


나가고 보니, 모임장은 문토 뿐만 아니라, 오픈채팅 등 다양한 루트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처음 나간 모임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음 모임에도 나가기로 했다. 처음 만난 모임엔 모임장은 없었고, 회원들만 있었는데 그중 한 여자애가 친밀하게 대해주고 번호도 가져가는 등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건가'하고 생각없이 번호를 주었다.




다음에 모임을 나간다고 하자 그 여자애도 나온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어떤 회원이 나오는 줄 확인할 수 있어서 알게 됐다. 물론 실명을 거론하진 않고 닉네임으로 참석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를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보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나갔다. 두번째 모임에는 밥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차 빼라고 해서 급히 움직이다가 그날은 그냥 밥만 먹고 끝났다. 그날은 모임장도 만나게 되어 인사를 트고 헤어졌다.


그 여자애는 '모임장 언니랑 다음에 밥먹기로 했는데 언니도 같이 볼래요?'라고 했다. 소제동 카페거리가 유명하대서 거기에 가서 온천집의 샤브샤브를 먹기로 했다. 그날은 말그대로 밥만 먹으려고 간 것이었는데 그 약속전에 여자애랑 연락하면서 어떤 페이스북에 올라가 있는 이미지캡처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언니, 모임장언니한테도 이거 보여줬는데 관심있어 하더라구요. 괜찮으면 언니도 같이 갈래요?' 그 캡처본에는 심리강의를 한다는 내용을 길게 써 놓았다. 근데 아무리 읽어보아도 정확하게 뭘 한다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자애한테 '마음은 고마운데 정확히 뭘 한단 거야?' 라고 물었더니 여자애는 설명하지 못하고 '그럼 모임장 언니랑만 갈게요'라고 했다.


식사가 끝나자 모임장과 그 동생은 8시에 거길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식사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계획을 변경해 카페에 간다고 했다. 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동생은 '아는 언니가 카페로 온다는데 같이 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이때부터 뭐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뭔일 있겠냐 싶어서 '알겠다'라고 했고 그 언니는 왔다.




오더니 무슨 서류같은 뭉텡이를 들고 오더니 본인은 상담을 하는 사람이며, 자격증도 있다며 플라스틱 카드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a4지에 원과 세모 네모 등을 마음 가는 대로 그려보라고 하더니 모임장과 나의 심리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뭔가 얼추 맞는거 같아서 '오~'하고 듣고 있으니 '원래 유료 프로그램인데 제가 앱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어 데이터가 필요해서 8회까지는 무료로 해드리고 있어요'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었다. 그 페이스북의 이상한 모임을 안가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약속을 변경해가며 내가 있는 장소로 사람을 불러온 것도 그랬고, 무슨 원, 세모 이런걸로 심리를 파악한다는 것도 의심스러워서 검색창에 쳐봤더니 사이비라고 했다. 의심스러웠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왜 서서히 접근해서 친밀감을 조성했는지, 무료로 해주겠단 심리테스트의 끝은 포교임을 알게 됐다.


내가 사이비에 넘어갈 뻔했다는 것보단, 타인이 다가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단 삶의 진리를 이걸 통해 알게 됐다. 사람에 대한 염증 또한 더 커질 뿐더러,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행했던 행동이 더 외로워지게 만들고 불신감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여자애한텐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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