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잉 만한 게 없죠

by 강아

좋아하는 디제이는 디디한이었는데, 상업적인 곡을 쓰지 않으면서 자신의 색깔이 묻어있는 재즈 같은 곡을 틀면서 전 세계를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 보였다. 디디한에게 배우고 싶었지만 강의는 따로 하지 않는 거 같았다. 검색하다가 어떤 DJ가 회사를 다니다가 디제잉이 너무 좋아서 (어떤 사람에게) 배우다가 겸업하는데 '나도 그 선생님께 배우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서울의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간 장소는 자동차정비센터 3층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처음에는 '이런 곳에 음악을 트는 곳이 있어?'라고 생각할 만큼 약간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들어서자 올 화이트로 도배한 공간이 나타났는데, 거긴 식물도 같이 판매하고 있는 매장이라 희한하지만 독특한 공간이었다.




첫째 날에는 곡이 없어서 선생님의 USB를 꽂고 믹싱 연습을 시작했는데 비트매칭이 중요했다. 믹싱에서 중요한 건 '본인이 들려주고 싶은 부분'을 미리 체크해 놓고, 그 전부분과 앞 음악의 소멸 부분을 서서히 섞다가 멜로디를 강조하는 게 디제잉이었다. 작곡가처럼 창조하는 사람이 제일 위대하다고 평소에 느끼는데, 그 위대한 작곡가가 만든 음악을 서로 섞어서 사람들에게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직업은 정말이지 덕업일치로 보였다. 선생님은 그 클라이맥스를 관객들과 함께 공감할 때가 특히 보람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것 같았다.


디제잉을 배울 때 곡과 곡이 섞일 때 소름이 돋고 그때만이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곡으로 전환될 때는 터널을 빠져나와 햇빛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연습하던 공간은 통창에 빛이 한가득 들어오는 장소였는데, 두 시간가량을 믹싱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디제잉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우주에서 중력의 힘을 받지 않고 음원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고차원적인 자유를 느꼈다.


나는 우울할 때 집에서 혼자 음악 틀어놓고 춤춘다. 그럼 좀 나아진다. 음악은 크게 듣는게 좋다. 그럼 생각이 없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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