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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하고 싶었다

by 강아

그는 진짜가 아니라서 그에게 막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가 '진짜'라면 나 또한 그에게 막무가내의 태도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낸 분노같은 걸 내뱉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걸 내보이면 타인이 떠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떠나도 괜찮았기 때문에 그런 태도들을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줘도 그가 기어이 내게 와닿았을땐 '이 사람은 사람의 진심이 무언지는 상관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를 만나서 좋은걸 같이 하고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를 괴롭히고 싶었다. 왜그런진 모르겠다. 그냥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 죽이는 것처럼 내가 그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즐거워하고 싶은 비슷한거다.


그가 가장 소중히 하는게 돈이라면, 왜 그 돈을 나한테 쓰지 않는지 물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추천한 주식이 300% 가까이 올랐을때, 내가 투자했던 돈은 극히 일부였다. 그를 믿었다면 모두 투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믿지 않았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을 수 있었다. 걱정이 섞인 연락과 배려가 있었다면 물질적인건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런게 없으니까 보상심리로 눈에 보이는 물건, 아니면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 같은게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몇개의 물건을 줬을지언정, 감정이 담긴 것들은 일체 하지 않았다. 그는 투자를 할땐 감정이 섞이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투자조차 결국 감정에 의해 이루어짐을 수많은 경영/경제 서적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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