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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면 거짓이라고 생각해

by 강아 Mar 29. 2024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 안만났어?'이런 만나자마자 꼭지돌게 하는 말을 했다. 그는 어차피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고 해도 만났다고 의심할 것이었다. 그런 의심 때문에 그를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거짓말을 했다.


'다른 사람 만났어'

'누군데? 뭐하는 사람이야?'

 '회사원'

 '나이는?'

 '나랑 동갑'

 '어떻게 만났어?'

 '소개팅'


생각하지 않았던 말들이었지만, 그런 말들은 쉽게 나왔다. 그는 내가 진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거짓을 말하면 진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와는 만나면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오직 재개발지역, 아파트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같이 있어도 생각은 저만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를 만나고 헤어지면 그게 정상같았고 만나는 순간이 비정상 같았다. 근데 그건 내 모습이기도 했다. 사람들과 하는 스몰토크, 날씨 이야기 등은 쓸데없으니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머리속에서는 횡보하는 주식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비상장주식만 생각한 나였다. 그리고 그의 그런 점이 내가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요소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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