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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진지한 관계를 시작할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그를 닦달했다. 막상 나도 생각하면 그와의 나이차나, 가치관의 차이가 나는걸 보면 '절대 안되겠다'라고 생각했으면서 그가 내게 확신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냈다. 그의 불규칙적인 태도가 화가 났고 대화의 가장 큰 부분이 돈이 차지하는 것도 싫었다. 휴식시간에는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차트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한심스러웠다. 그럴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냈다. 이런 과격한 태도때문에 주변인이 떠난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면 감정 컨트롤이 어려웠다. 아니, 컨트롤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피부에 강박이 있었다. 내가 그를 바꾸고 싶어했던 것과 같이, 그도 나를 바꾸고 싶어했다. 내 피부에 트러블이 나기만 해도 '피부가 안좋아졌네' 가스라이팅을 하곤 했다. 지금이라면 '너나 잘해'라고 과격한 언어들을 썼을 테지만, 그땐 그의 나에 대한 감정이 '걱정'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은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인식한다'라는 내 지론엔 변함이 없다. 타인이 아무리 A라고 해도, 내가 B라고 인지하면 그건 B 인 것이다. 타인이 아무리 날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건 사랑이 아닌 것이다. 타인이 아무리 날 때려도, 내가 '그가 날 사랑해서 그래'라고 생각하면 그건 후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