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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만나서 밥먹는 사이

by 강아 Mar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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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입은 새 옷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항상 잘 다려진 셔츠와 정돈된 메이크업을 하는 건 내 습관이었다. 괜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아서 원칙적으로 행했다. 새 옷을 입고 그를 만나는 순간에, 그는 그게 새 옷인줄 알았다. 그를 위해 옷을 입은게 아니라도, 아니 설사 그럴지라도 그건 같은 스터디그룹이 모두 알 수 있을만한 관심이었다. 그 외엔 아무도 그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쯤부터 사적인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점심이나 오후의 무료한 무렵 '밥은 먹었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가끔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런 연락은 내 회사 부서원이 다 알 정도로 노골적인 것이었고, 그의 연락을 받을때는 목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게 됐다. 그런 태도로부터 사람들도 내게 누군가 생겼다는 걸 지레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 만나서 뭘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이상하게 와전되어 나는 소문들도 지겨웠다.


그를 만나서 별달리 하는건 없었다. 팬시하고 좋은게 뭔지 모르는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만나면 삼겹살 집에서 고기를 먹곤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집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 회사 사람들을 마주쳤다. 내 사수와 내 후배였다. 그들도 나를 보고 나도 그들을 봤지만 어색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한 다음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 자리에서 '제가 만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도 나도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의 사이는 아닌거 같았다. 그냥 가끔 만나서 밥 먹는 사이로 정의될 수 있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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