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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by 강아

당신을 만나서 엉망이 되었다고. 당신이 도움된건 하나도 없다고. 믿음이 있다면 내게 쓰는 시간과 연락이 기반에 있어야 한단걸 알면서도, 믿는다는게 다른 사람을 안만났는지 추궁하는 거냐고. 확실하지 않은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걸 확인하고, 신상과, 나이와, 직업과 왜 안만났는지까지 물어놓고선, 모든 증거가 불신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데.


그는 왜 과거만 말하냐고. 나는 현재를 말하고 있는데 왜 화를 내냐고 날 이상한 사람 만들었다. 그는 날 안심시켜 주려 하지도 않고 만날수록 피폐해졌다. 예전에는 그가 바뀌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그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가 싫었다. 그는 내 이성을 흔들리게 했다. 그를 지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돼도 권태가 찾아올 거란 안다. 이런 기분은 거칠게 운전하게 한다. 알수 없는건 계속된 내 거절에 그가 겪는 타격이 있을지. 있다면 그럼에도 내게 오는건 그의 상처 때문에 그런건지 아닌지.


떠나던 순간에도 뛰어와서 잡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상처주려고 하는 말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계속 따지는 말들, 결국 그에게서 사랑해, 보고싶어, 네가 없으면 안돼 이런 뻔한 말을 기대했으면서, 막상 그 입에서 나오면 쓰레기처럼 패대기 칠 그런 말들.


전화를 다시 차단했다. 그러자 그는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을때 직감적으로 그임을 알 수 있었지만 전화를 받고 '다시 전화하면 경찰에 신고할게'라고 했더니 몇번이곤 발신자를 바꿔서 오던 전화는 멈췄다. '여보세요,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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