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그

by 강아


예전 남자친구인 섭은 내가 잠이 안 올 때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이와 헤어졌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기가 꺼려진다. 그럼 또 생각이 나고, 그럼 보고 싶어 지고, 그리워지니까.


헤어지고 나서 힘들었던 것은 흔적을 지우는 일이었다. 페북을 끊어야 하나 하다가 받아보지 않음으로 설정하고 메신저에 그가 들어오면 가슴이 쿵해서 친구삭제를 했다. 싸이월드도 일촌을 끊을까 하다가 그가 싸이는 잘하지 않아 새 글이 올라오지 않으므로 놔두었다.


함께 찍은 사진은 사실 지우지 못했다. 둘이 같이 해맑게 웃고 있어서, 그때는 헤어질지 몰랐는데.

카톡은 친구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연락처도 지웠고.

그는 내 흔적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연락처도 지웠겠지. 처음 사귄 날 찍었던 사진도 삭제했을 것이다. 그를 떠올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적었던 편지도 찢어 버렸겠지.


그는 나보다는 덜 힘들겠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던 건 나였으니까.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속상한데 자꾸 생각이 난다.


밥을 먹어도 얹힌 거 같고, 내 앞날은 희뿌연한 안개로 뒤덮여 있는 듯하고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지쳐가는데, 기댈 사람은 없고 나 자신만 믿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인간이란 존재가 외로운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외로움을 세련되게 감추는 법을 배우게 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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