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그가 다시 왔다

by 강아


집에 왔더니 섭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방문이었다. 나는 소리쳤다.


"내가 널 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나 자신을 잃을 정도로 술에 만취하고 울기도 맨날 울고

폐 끼치는 거 소름 끼치도록 싫어하는 내가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당신을 잊으려고 노력했어. 나쁜 자식이라고 욕도 하고 당신의 이기심에 치를 떨기도 하고 내 마음을 너무 줘버린 것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어. 당신이 그렇게 가버리고 또다시 내 방안에 혼자 갇혀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당신에게로 생각이 옮겨가는게 이제 좀 무뎌졌는데, 이제와서 어쩌자는 거야?"


"미안해"


"어쩌면 다행이기도 한 게 당신을 더 오래 만났으면 나는 지금의 몇 배의 시간을 들여 당신을 잊어야 했을 거야. 근데 이런 거 다 차치하고 나서 그냥 내가 너무 나를 어쩌질 못하겠어. 자꾸 전화하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고, 당신의 냄새가 그립고 근데 그러지 못하니까 참았어. 그래야만 하니까.. 내가 이 아픔이 다 아물지 못한 채로 다시 엮이게 되면 그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거란 걸 알아.."


"나도 다 알아.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왔어. 정말 니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어.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자."


"아니. 할 얘기 없어. 우리 다시 시작하면 또 악몽 같은 관계가 시작되는걸 너도 알잖아. 너무 아팠지만, 이게 맞는 거 같아. 가줘."


너무 피곤했다. 지독한 상실감과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감과 언제쯤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마음이 모두 소용돌이처럼 몰아쳐서 당장이라도 침대에 몸을 던져 깊은 잠에 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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