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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pr 11. 2024

연휴 다음날

연휴가 끝나고 출근이었다. 하루 쉬니까 더 고역인건 토요일만 쉬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항상 출근하면 믹스커피를 한잔 마신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커피를 타오고 나서 앉으니 전날 타부서와 업무를 누가 할건지 싸웠던 건이 내 책상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럼 그렇지..'

결국 타부서가 하기로 한 일이었으면서, 연휴가 끝난날에 보란듯이 책상위에 올라와있는건 '너 때문에 쉬는날 나와서 일했다'를 무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안하기 싫었지만, 해야 했기 때문에 꾸역꾸역 올렸다. 하지만 검수위원을 누가 하느냐로 기안은 반려되었고 부문장에게 재차 내용을 확인하러 갔다.


"위원장이 없어도 되는지 확인하고, 검수표와 결과보고서를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말했다.



돌아왔더니 전임자는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수정할 게 있어 조금 있다 드릴게요' 그는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명확하지 않아 결국 자리로 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돌아오는데, 보스가 감사실에도 확인하라고 해서 다녀왔다. 수정된 내용을 재기안하자 결재가 났다.


옛 후배는 다음주 결혼한다고 청첩을 가져왔다. 축하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 결혼식은 안가도 네 결혼식은 가겠다고 말했다. 결혼 시즌인지 사람들이 청첩을 많이 돌리러 왔다. 하지만 안친한 사람들은 알아서 내게 주지 않았다.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 전부 다 주는 것보단. 안친한 사람이 돌리러 올땐 때마침 전화가 왔다. 아까 계약부서에 메신저로 문의했던 건이었다.


계약대금이 줄어들었을 때는 주고 되돌려받아야 하냐, 제한 금액만을 잔금으로 주면 되냐 물었더니 후자라고 했다. 오늘따라 조용한 단체 카톡에는 이번주 모임이 사람이 적어서 참석자인 내게 '진행할거냐'고 물어왔지만, 지체없이 '하시죠'라고 했다. 모임구성원 중 본인이 참석할 때와 그렇지 않았을때의 참석률을 은근히 신경쓰는 사람도 거슬리고, 본인의 영향력을 지지하려는 모임장도 그 뜻은 다 알겠다. 난 그냥 내 의지완 상관없이 모임이 파해져 버리는게 싫었을 뿐이다. 내가 불쾌한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건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한단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집에 와선 에너지가 없어 밥을 해먹곤 한참을 피드만 보고 있었다. 그마저도 한시간 넘게 보니 머리가 아팠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짝을 찾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다 조건화된 것들이라 그것마저 두통이었다. 누군가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씩 이런날엔 아주 자괴감이 든다. 옆지기를 찾는게 당연한 일이긴 한데 나 조차도 지배적인건 싫은데 우유부단한것도 싫다고 생각한다.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은근히 지인을 내 옆에 두는걸 상상하면서도, 막상 그 지인들의 나보다 부족한 점때문에 안된다고 단정짓다니. 다른 사람들은 다 결혼을 한다고 하고 짝을 찾는거 같은데 나는 홀로 우두커니 있다. 이미 너무 익숙해서 슬프진 않은데 좀 우두망찰 하다. 그게 집에와서 멍하니 있던 이유였다. 반신욕을 했더니 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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