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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May 03. 2024

그냥,

5월은 주4일제의 시범도입달이다. 일환으로 어제 쉬니까 오늘 출근하는게 월요일같았다. 하지만 또 꾸역꾸역 갔다. 연휴전날엔 미칠거 같아 항공권을 충동구매했다. 가면 하루키가 갔던 재즈펍도 가고 jazz spot intro 외 다른데도 가보고싶다.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세우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숙박만 해결해놨다. 머리를 비우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퇴근하고 돌아오면 거품처럼 생각의 포말이 일어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할 일이 있긴 하지만 급박하진 않은 일일때, 나는 일부러 전자책을 본다. 그런일 잡고 있어 봤자 해결되는것도 아니니까 일부러 딴생각 하는거다. 그러다 점심때는 클래식 피아노를 연습하고 오후에는 일을 깔짝거린다. 계획안 마련해야 하는데 이것도 거의 다 정리가 됐고, 가끔 걸려오는 상위의 이상한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그건 주로이런 거다. '데이터 보냈고 책자도 보냈죠?' 하지만 책자는 안보내도 되기에 그렇게 말했더니 결국 확인해보곤 없던일로 하는건 그의 취미에 가깝다. 성질같으면 목소리톤 올리면서 소리지를텐데 애써 화를 다잡느라고 목소리 까는것도 지겹다. 왜 본인이 일을 파악하려고는 안하고 하위를 조질 생각만 하는거지? 정말 열받는다.


이런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오면 집에 올땐 왠지 녹초가 되어버린다. 점심도 매식했는데 저녁도 매식했다. 저녁은 타코야끼 먹었는데 그래도 맛있어서 좀 용서가 됐다. 날이 더워져서 에어컨을 사야할 것 같은데 작년에도 선풍기로 버틴거 보면 나조차도 신기하다. 하지만 몸이 차서 에어컨쐬면 몸이 안좋아지는것 같기도 하고 고민중이다. 하지만 매립형을 알아봤더니 월급이 넘는 금액이어서 고민하다가 중고를 알아봤다가 그럼 설치비까지 합하면 새걸 사는게 나을것 같아 알아봤더니 서울에서 오는 탓에 배송비가 더 들고 하여튼 왔다리갔다리 했다. 몸 편하자고 한게 머리를 더 피곤하게 한 셈이 됐다. 어짜피 구매하고 나면 (에어컨이 있는게)디폴트가 되어버릴텐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생각을 비우고 싶다. 작년 일본갔을때 비자카드를 놓고가서 고생한탓에, 올해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가서 할 의무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사람들 시선이 박히지 않는 장소에서 걷고 먹고 보고 싶은것 뿐이다. 그걸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새 한다. 하지만 그런건 너무 요원하게 느껴진다. 동행 구하면 구할 순 있지만 가서도 한국인을 만나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나는 요새 일상의 많은것들이 버겁고 그냥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막상 다 지나가고 나면 죽음일테지만, 시선을 끄는 것도 없고 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피아노 연습은 너무 반복적이다. 반복이 인생인걸 알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좀 답답해지게 한다. 앞으로 새로운 일보다 익숙한 일이 많아질거라는 사실은 늙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죽는다. 난 어버이날도 안챙기기로 했다. 불효자가 되는 느낌이지만,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다.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이 된것같지만 죄책감도 잘 안느껴진다.


그냥, 그냥, 그냥 좀 미쳐버리고 싶다. 삶의 순간마다 자주 돌아버릴것 같았고 그럴때 참은 것들이 울화가 되어 몸에 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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