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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May 04. 2024

소설을 쓴다는 것

잘 쓰려고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써놨다. 내가 난독증이 생긴 걸까? 내 신상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글이 잘 들어오지 않는 건가? 나는 그런 소설을 보고 이해가 안 되다가 그들에 대해 쓴 평론을 읽어야 이해가 된다. 내가 이상한지 소설가가 이상한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소설가가 가치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상을 받는 작가를 보면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님 작가와 평론가로 구성된 별도의 세계가 있는 건지 의아해진다.


그런 난해한 영화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홍상수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무슨 의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난 홍상수 영화를 보고 나서도 평론을 보고 이해한다. 그런데도 그의 영화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특정 화면에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누굴 만나고 또 다른 누굴 만나고를 반복하는 건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감독이 칭송받을 때, 내 글을 써서 인정받는 건 어떤 건가 곰곰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내 이야기도 별게 아니다. 그냥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일상이 지나가고 그런 물흐름 같은 게 반복되는 거다. 그걸 시대적 흐름을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어쨌든 나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취업실패나 회사생활의 불합리함, 비혼처럼 살고 있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건 그저 유명함 인 것 같다.


얼마 전 문학상 공모도 원고지 300 매분량을 써서 보냈지만 양식을 지키지 않았다는 메일회신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그걸 쓴다고 됐을까? 난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에는 상을 받는 소설도, 그런 소설을 읽고 수상작을 골라야 하는 소설가도 다 모르겠다. 그건 내가 상을 받지 못해서 생긴 자격지심인가. 상 같은 거 안 받아도 된다고 독자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상을 받으면 생길 명성 같은 게 부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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