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출근했다. 월요일에 쉬어도 월요병은 여전했다.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부담감이 앞섰다. 해야할 일을 떠올리며 차근차근 처리하면 된다고 마음속으론 생각했지만 출근전날 오후 6시부터는 핸드폰을 붙잡고 좌불안석이다.
출근해서는 MD를 올렸다.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올렸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보스가 80억짜리 완료보고와 이자반납을 해야한다고 했다. 꼭지사업의 검수와 잔금지급한게 저번주였다. 처음에 일을 줄때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묵살되고 하는것이 됐다. 하지만 내가 알고있는 내용은 2억짜리의 검수와 잔금지급하는 거였지, 80억을 마무리하는게 아니었다.
어짜피 개인의 의견같은건 조직의 의견에 의해 묵살되곤 마는거니까. 이런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다닌게 10년이 되었다. 나는 참을수가 없어지면 갑자기 해외로 떠나곤 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심지어 말이 통하지 않는게 다행일 정도로 소통하는게 피곤했고 하고싶지 않은 일에 묶여 지내는게 고단했다. 그걸 다녀온게 엊그제였다.
여행 기간동안엔 자유로웠다. 아무도 나를 터치하지 않고 내가 상대방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이상 그들이 말을 걸지 않는 단순함이 좋았다. 끊임없는 전자음악에 몸을 맡기면서는 이 순간만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마침내 공항에 도착했을때의 감정은 우울감이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라는 절망은 그 감정을 애써, 미용실에 가는 걸로 지워내려 했으나 집으로 돌아왔을땐 다시금 같은 감정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오늘 출근해서 겪은 일들이 위와 같은 것들이다.
도망갈려고 다른곳에 이전신청도 해놨지만 될지 모르겠다. 그마저도 안될수도 있지만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 그럼 또 다른 고통이 올테지만 일단은 벗어나고 싶다.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마주해야하는 무작위성, 상대의 어투와 화법의 무자비한 수취,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데 필요할때만 살갑게 구는 것 이 모든것들이 날 미치게 만든다. 짧은 도피로 될일이 아닌것 같다. 아예 한국을 떠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