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들어서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날 줄 알았는데 눈뜨니 8시였다. 조식이 제공된다고 했지만 먹지 않을 계획이었다. 항상 숙박을 하면 조식보다 잠을 택하는 나였다. 한번 눈뜬 건 눈을 감아봐도 잠들지 않았다. 결국 머리를 감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빵이랑 요거트와 같이나온 망고가 맛있어서 한번을 더 먹었다. 커피를 마시고 올라와서 잠시 누워있다가 나갔다.
그렇게 나온게 12시 경이었다. 날씨는 5월이었지만 여름에 가까웠다. 반목나시를 챙겨온게 다행이었다. 작년 6월에 왔을때도 무척 더웠는데, 일본은 5월에는 와야 날씨가 적당한 것 같다. 우선 Trunk Lounge를 가기로 했다. 호텔과 연계된 식당이었는데, 대부분이 가족단위일 뿐만 아니라 식사도 이미 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음악이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쿄신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처음 도쿄에 방문했을 때 모리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그땐 전위적인 작가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특별한 아티스트를 위해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특별히 신미술관을 간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신식일 것 같아서 갔다. 가는길에 오모테산도를 지났는데 사람들은 타사키주얼리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빅스크린 앞에 덩그러니 앉아있기도 했고, on 브랜드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각종 브랜드샵과 명품이 줄지어 있는걸 보며 돈은 이런데서 움직인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신미술관에 가기 전에 목이 말라 복숭아홍차를 하나 뽑아 마셨다. 동전을 찾으려고 주춤거리자 뒤의 일본인이 스미마셍 하면서 먼저 결제를 했다. 일본인은 그런 예의가 있다. 들어가니 마티스를 하고 있었다. 럭키하며 결제했는데 입장료도 2200엔에 불과했다. 원에 비하면 0이 떨어진 것 뿐인데 가격이 싸진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티스전에 갔더니 대부분이 일본인과 외국인이었고 한국인은 드물었다. 한국이 싫어 온 여행이라 좋았다. 난 여행 도중에도 한국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듣지 않아도 될 대화를 듣는게 심적으로 싫어서였다. 에어팟을 끼면 되지 않냐 하지만 음악을 듣고싶지 않은데 음악을 듣는것도 싫기 때문이다.
마티스전은 만족스러웠다. 애당초 기대하지 않아서였다. 그는 춤으로 대변되는 주제를 선택한 작가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거주를 이전하면서 그의 화풍의 변화가 있는걸 시간의 흐름으로 보는 것은 또다른 앎의 재미였다. 여인의 초상이나 타히티를 그린 거대한 그림은 그 색에 의해 압도되었다. 또한 그의 그림이 초기에는 섬세한 일반적 그림에서 형태를 단순화하며 본인만의 화풍을 갖게 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이 종교적 영향을 받은 것도,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것이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여인을 그린 누드화나 조각상 같은 것도 알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사람을 그린 '얼굴'은 형태의 단순화의 측면에서 피카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보고 나오며 기념품을 샀다. 원래 전시회에서 도록과 같은 소품들을 사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사고 싶었다. Painting을 들고 나오면서 '아 이건 좀 부피가 크다'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미술관을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시회장 옆에 마련된 카페에서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있다가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더니 그녀는 친절하게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느라고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그 자리에 있는 도록을 보고 일본인이 챙겨가라고 말해주었다. '아리가또'라고 말하고 츠지한을 먹으러 갔다.
일본에 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추천한 식당이었다. 기존에 스시나 라멘, 테판은 먹어봤지만 해산물덮밥은 처음이었다. 줄이 길게 서있었다. 절대 줄서서 먹진 않지만, 이번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앞의 커플은 한국인이었다.
직원은 친절했다. 기다리고 있는동안 보라고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메뉴는 한국어로 되어 있었고 뒷면엔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먹은 메뉴를 알려 주었다. 생각보다 짧은시간 기다리니 들어갈 수 있었다. 쉐프가 가운데 있는 둘러앉는 모양의 식당이었고 간접조명을 활용해 따듯하고 고급진 느낌이 났다.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볼수있어서 좋았고, 쉐프는 눈을 마주치며 응대해주었다. 입장하자마자 따듯한 물을 준비해 주었고 도미회를 제공해주었는데 메뉴에 없던 부분이라 서비스같은 느낌이 났다.
음식은 각종 회를 뭉쳐 고슬하게 핀 밥 위에 동그랗게 뭉쳐 주었다. 먹는 방법에는 회를 흐뜨려 와사비간장을 뿌려 먹으라고 적혀 있었다. 재료 본연의 맛이 났다. 쉐프에게 '오이시데스네'라고 말했더니 그는 눈을 반달 모양으로 하며 웃었다. 마스크가 있어 더욱 부담스럽지 않은 웃음이었다. 대각선에 앉은 니혼진이 '스미마센'하고 도미숲을 청해 오차즈케처럼 말아 먹길래, 나도 따라했다. 전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옆자리의 한국인은 그런 나를 구경해서 눈이 마주쳤다. 돈을 지불하면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데 돈을 쓰는건 아깝지 않은데 항상 가성비가 부족한 부분에 지불하는 것은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식당을 나와서는 친구가 부탁한 셀린느를 갔다. 어제 시부야에서 양카를 보며, 포르쉐를 끄는 네가 생각났다고 했더니 그는 웃었다. 일본 특산품이 셀린이라고 말했더니, 그는 찾아보더니 공식홈보다 10퍼센트 이상이 싸다며 비니 재고가 있으면 사다달라고 했다.
매장에 들어서는데 줄은 없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이 걸으면 발이 아파서 컨디션이 저조했지만 명품매장의 서늘한 에어컨 온도와 접객하는 직원의 외모 같은 것들이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hat을 찾는다고 했더니 그는 모자 부분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곳엔 찾는 비니가 없어서 물어보니 그가 찾은 셀폰에는 50000엔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친구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한시간이 지나 답장을 했다. 직원에게 생각해본다고 했더니 그녀는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 내가 직원 입장이라도 그럴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일년 전 재즈클럽을 방문했던게 좋아서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핸드폰 배터리 수명이 거의 닳아서 충전하려고 exercior 카페에 들어가니 충전은 불가했다. 찾아보니 스벅이나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가보니 역시 220v가 아니라 110v였다. usb 연결선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준비성이 부족한건 나의 단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부족함을 자아비판하는 것도 나의 못된 습이었다. 그냥 사면 되는데 한국에서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나에게 쓰는 돈을 아끼기 시작한건 집을 사면서부터였다. 최소한의 생활비로 가계를 꾸려나갔지만, 그런게 답답해지면 한번씩 여행을 떠나거나 가전을 추가하는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국에서 가격비교로 제품을 싸게 산다는 것에 위안삼지만, 그런것 또한 지쳐버려 외국으로 나온것도 사실이었다. 외국에선 상대적으로 돈감각이 둔해져 머리아프게 더 싼곳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필요한걸 구매하는 것의 단순함이 좋았다.
맥에서는 사람들이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긴 탁자의 칸막이로 이루어진 자리에서 핸드폰 충전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독서실 같은 자리배치였다. 어느정도 충전을 하고나니 안심이 되어서 재즈펍으로 이동했다. 두번째의 방문은 지리를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어 편리했다. 장소로 들어가니 약간의 땀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그때처럼 밀착해서 앉아 있었고, 나를 본 사장은 기존 앉은 사람들을 구석으로 앉게 하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많은 이들은 커플로 주로 왔지만 난 역시 혼자였다. 맞은편에는 역시 혼자 앉은 남자가 있었다.
연주는 진행중이었지만, 왠지 트럼펫을 부는 사장도 그때와 같은 흥이 나있는것 같진 않았다. 그 남자에게선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사람의 고단함이 서려 있었다. 음악을 해서 가게를 꾸려야 하는 삶은 보이는 것처럼 우아하지 않을 테였다. 새로온 듯한 직원은 진저에일을 주문했더니 진토닉을 가져다 주었다. 다시 주문하기 번거로워 그냥 마셨다. 연주는 그때와 같은 감흥이 없었다. 로테이션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사장 뒤에 새로운 남자의 트럼펫으로 변경되었는데 그는 자주 박자를 놓치고 실수를 연발했다. 그런 부담을 덜어주려 다른 고객은 박수를 쳐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주 미스를 내곤 주저앉아 관객석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런게 한번이면 응원하지만, 계속되자 해당 공연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와버렸다.
가게를 나오자 이미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완성도가 높은 재즈를 듣고 싶어서 파크하얏트도쿄를 가기로 했다. 예전에 테판요리와 이어진 생복숭아가 올라간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했다. 시부야역에 도착했을땐 또 전철티켓이 없어져 망연자실했지만, 'Loss'라고 말하니 직원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이 재결제하면 된다고 했다. 잠깐의 찰나에 젖은 겨드랑이가 서서히 마르는걸 느끼자, 집에 들어가서 충전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싶었다. 시부야로 가니 역시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왠지 안심이 되었다. 2층의 스타벅스에서 행인들을 바라보며 작업을 할수도 있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검은 반목나시와 하이웨이스트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걸쳐 입으니 날씨에 따라 온도도 조정할 수 있고 기분이 나아졌다. 나이키 캡모자를 썼다. 나와서 놋북작업을 하기 위해 공용공간으로 갔다. usb포트가 없어 한층을 내려갔더니 workroom이 있었다. 사람들은 고요히 작업을 하고 있었고 글을 쓰니 안정이 되었다.
새로산 usb포트로 가져온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니 안성맞춤이었다. 완충된 휴대폰을 들고 노선을 찾아보니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요금을 알지 못해 타는순간 동전을 찾았더니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정차할 때마다 행인들을 관찰하니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은 확실히 색을 쓰는데 한국인보다 과감했다. 남자가 이발한것처럼 정갈하게 숏컷을 해서 가위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질감처리를 한 여성을 봤을땐 한동안 그녀에게 시선이 고정했다.
내려서 걸어갔더니 어두운 밤거리에 마찬가지로 어두운 호텔 무리가 나타났다. 아래층은 다 어두운데 공연이 이뤄지는 윗층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가 다른 건물을 통해 들어가야 해 인포에게 물어보니 그는 친히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다. 52층에 위치해있다는 뉴욕바는 42층까지 올라간 다음 별도로 다른 엘레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42층의 식사장소에 'Can I seat?'하고 물어보니 그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어서 "뉴욕바가 아닌가요?" 물었더니 그도 마찬가지로 다른 엘레베이터로 안내해 주었다.
뉴욕바는 고층에 위치한 장소의 세련됨이 풍겨 나왔다. 안쪽에선 재즈가 들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45분까지 진행되는 공연을 듣지 못할까봐 불안했다. 직원은 "Cover Charge가 붙고 얼마나 기다려야할진 알수 없어요. 안의 사람들이 나오면 앉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힘겹게 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 기다리기로 했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도쿄의 건물과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불빛을 바라보는 것 또한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주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무 테이블이 네모낳게 되어 있어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원형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일본인보다는 외국인이 주로 있었고, 공연은 흑인 여성과 백인 3명의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연은 흥겨웠지만, 나는 인터컨티넨탈홍콩에서 들은 재즈를 오래동안 잊을수 없었고 실력 또한 그들이 월등했다. 공연을 보며 음악분수를 보는 감흥이 훨씬 감미로웠다. 하지만 10분만이나마 공연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메뉴를 주문했지만 누락되었는지 직원은 다시금 되물어왔고, 주문한 glitter라는 이름의 메론쥬스는 끈적함이 잔표면에 묻어 있었다. 먼저 가져다준 와사비과자와 스낵이 오히려 더 낫게 느껴졌다. 어짜피 음료를 마시려고 들른 건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빠져나왔다.
도쿄를 처음 방문했을때 '일본의 가봐야할 라운지'를 소개하는 코너에선 Bonobo가 가볼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구글맵으로 찾아보았을 때 어쩐지 걷는 시간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동일했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은 직선이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길은 디귿 모양이었다. 점점 발이 아파왔다. 하지만 주어진 예산으로 내일 Nex까지 해결해야 한단 부담이 있었다. 걸어가는 길은 행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중간에는 건물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긴 길이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잘못 길을 들어섰다는걸 확인하고 다시 되돌아와서 길을 따라가는 길은 안내등이 10m마다 있었으나 왠지 가기 싫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앞서가는 여성을 따라가니 15분만 더 걸으면 되었다.
겨우 보노보에 도착했을땐 이중문이 있었다. 당기는 문과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은 입장료를 내면 1free drink를 준다고 했다. 2층에는 테크노를 틀고 있었는데 메뉴를 달라고 하니 직원은 메뉴판을 주지 않고 일본어로 대답하며 각종 리큐어를 가리킬 뿐이었다. 프리드링크 티켓을 제공하고 결국 진저에일을 시켰더니 500엔을 추가로 내거나 카드를 내야 한다고 했다. 500엔을 냈더니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녀가 말한 카드가 프리드링크티켓인것 같았지만, 나는 이미 낸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와는 소통이 되지 않았고 결국 500엔을 추가로 내고 음료를 마셨다. 3층에 올라가자 디제이 부스 앞에 테이블이 있어 사람들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고 부스 뒤에는 사람들이 큰 상에 둘어앉아 있는 희한한 venue였다. Cozy하다는 분위기를 듣고 갔지만 왠지 10분만에 나오고 말았다.
또 다시 숙소까지 가야했다. 그래도 앞서 40분 걸은것보단 5분 적게 걸어도 된다는 점이 위안을 주었다. 이미 발은 물집이 잡혀 걸을때마다 고통을 주었지만 그래도 집에 가야 했다. 또다시 걷는데 마치 터벅터벅 걷는 내 모습이 순례길과 다를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걷고 있으니 그래서 아까 걸을때보단 길이 무섭지 않아 순조로웠다. 하라주쿠를 지나 어느정도 시부야의 초입에 들어서자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은 보드를 타고 있었는데 일부러 행인인 나를 스쳐 지나가며 탔다. 그렇게 하는게 그들의 스킬 중 하나인것 같았다. 그걸 보자 길옆에 서있던 남자 세명은 'Hey'라며 내 주의를 상기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가자 더 큰 목소리로 'HEY'라며 악을 썼다. 그냥 무시하고 갔다. 마음 같아선 니가 뭔데 소리를 지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도 없을만큼 지쳐 있었다.
숙소에 가는 길은 몇번이곤 걸어갔던 길일 테지만 갈때마다 다른 루트를 통해 가서인지 기억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도착했을땐 안도했다. 시부야의 라운지를 도장깨기처럼 다녀야겠단 생각은 사라지고 쉬고 싶었다. 어제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제의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는 것도 웃길것 같았다. 어제는 '오늘 다시 올게'라고 호기롭게 말했으면서. 도착해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완전히 녹는것 같았다. 자리에 눕자 그렇게 빨리 잠들었던 기억이 있나 싶을정도로 초단위로 잠들었다.
체크아웃이 10시였고 일어난 시간은 8시 반이었다. 어쩜 평소에 출근하는 시간과 동일한지 몸의 신비였다. 밍기적거리다가 조식을 먹어야해서 내려왔다. 조식티켓이 없어졌지만 직원에게 말하니 대수롭지 않게 처리해 주었다. 역시 망고요거트와 버터를 바른 빵은 맛있었다. 어제완 다르게 빵을 오븐에 데우니 더욱 부드럽고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다음 밖으로 나오니 여름이 느껴졌다. 시부야 역을 향해 걸으니 돌아간다는 실감이 났다. 돌아갈때도 리무진을 타고 싶었는데 저번과 같이 타는 장소를 찾지 못해서 결국 Nex를 이용했다. 지정석이 비활성화되어 있어 자유석을 끊었더니 직원은 8호차4d로 가라고 했다. 부족했던 옅은잠에 빠져있으니 다른 직원이 와서 표를 검표하고 떠났다. 단잠을 깨웠다는 불쾌함이 엄습했지만 다시금 스르륵 잠들고 말았다.
어제 생긴 물집과 출발할때보다 늘어난 짐으로 터벅터벅 걷게 되었다. 출국수속을 마치지 않은 승객은 조속히 마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자동입국심사에선 여권사진이 얼굴과 불일치하게 나와 직원을 통해 수속을 마쳤다. 검색대를 빠져나와 남은 엔으로 기념품이라도 살까 생각했지만, 추가행동을 하고싶지 않을만큼 앉아있고 싶었다.
결국 플랫폼에서 기다리며 남은 동전을 찾아 음료를 마셨다. 음료를 결정하고 동전을 다시 세어봤더니 10엔이 모자라서 결국 금액을 맞춰 먹었다. 장기간의 걸음 후에 마시는 단 santory커피는 활력을 주었다. 빠듯했던 시간 때문인지 출국시의 여유로운 시간보다는 딱딱 맞춰 진행되는 촉박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