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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May 14. 2024

죽고싶을땐 꽃을 산다




항상 봄이 오면 열병을 앓곤 했다. 그건 연중행사였다. 봄이 되면 사람이 그리워졌다. 사람을 싫어하는 내게 이례적인 일이었다. 뜸하게 연락하던 지인에게 연락하여 약속을 잡곤 했다. 그러면 당일에 또 나가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이 들었지만 꾸역꾸역 만나고 와선 완전히 외톨이는 아니라고 자위하는 형식이었다.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아가리죽음러에 가깝다. 죽고 싶은 이유는 과거 때문이었다. 과거에 사지 않았어야 할 자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 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을 생각하다 보면 생각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까지 도달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어머니에게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머니께 이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다만 ‘다음 생에 태어나면 돌이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유를 물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어머니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삶이 얼마나 웃긴가 하면, 죽을 위기의 병도 아닌 아픔을 겪자 들었던 생각은 ‘살고 싶다’였다. 아프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 줄 알게 됐다. 몸 성하게 태어난 것도 그렇지 않은 사람을 보고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뤄지지 않는 목표, 마음 같지 않은 사람, 내게만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 개연성 없는 행운 같은 걸 겪을 때마다 난 쉽게 좌절했다.      


그럴 때면 결국 내가 이뤄내지 못한 직업을 선망하며 퇴근 후 에튀드를 연습했지만, 녹음하고 들어본 청음이 처참해서 또 미칠 것 같았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얼마나 연습했는지 가늠하지도 못하면서 결과만 보고 봤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아니까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피나는 연습을 한걸 안다. 그렇게 위대한 건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고통을 겪을 엄두도 안 나면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내지는 질투가 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시기가 지나가면 괜찮아지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겪을 때는 정말 지옥 같다. 더 이상 한밤중의 빠른 드라이브나 토로하듯 쓴 글로도 해결이 안 될 때면 꽃을 샀다. 꽃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예쁘니까 잠시동안의 위안을 주었다. 얘도 일주일 펴있으려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나도 그냥 살아있기만 하자고.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또 수많은 이루지 못한 것들이 뇌리를 잠식하겠지. 이 정도면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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