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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ug 27. 2024

회사를 안갔다

직장인 사춘기, 권태기 뭐 그런거

오전에 두피관리를 하고나니 배가 고팠다. 좋아하는 초밥집에 가서 스시를 먹었다. 주차자리가 없어 경비원은 2시까진 딱지 안뗀다고 그냥 길에다 대라고 했다. 사장님께 충전 되냐고 물었더니 돼서 핸드폰을 맡겼다. 초밥 8개를 5분만에 먹을만큼 시장했다. 충전은 10%밖에 안된거 같았다. 모밀을 추가로 먹고나서야 허기가 가셔 카페로 출발했다. 각잡고 글쓰려고 가고싶던 카페를 갔다. 거긴 카약을 탈 수 있다고 했다. 물을 무서워 하지만 유유자적 하고 싶어서 갔다.


날이 더웠다. 가는길에 계곡이 있어 아주머니들은 뭘 잡고 있었다. 천천히 서행하며 갔더니 도착했다. 탁 트인 강물이 눈을 뜨이게 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자서 캐모마일을 시켰다. 차를 받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빈 카약이 나오자 탔다.


물가로 나가지 못하니 행인이 도와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커플이었고 남자가 도와주었는데 내 애인이라도 그런건 도와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카약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곧 뙤약볕 아래 둥둥 떠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배는 그늘로 움직였다.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혼자 타는건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혼자 타자 다른 사람들도 혼자 타기 시작했다. 평일의 카페는 인산인해였는데, 이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그들은 서로 사진찍기에 바빴다. 나는 그저 사색했다. 소설을 어떻게 쓸건지. 주제를 뭐로 할지. 그런걸 생각하다 생각은 주변인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좀 답답해졌다.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올래? 물어볼까를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한동안 떠있다가 카페로 돌아왔다. 핸드폰 충전이 완충되어 안심이 됐다. 노트북 충전도 다 됐는데 글이 안써져서 애꿎은 블로그 포스팅만 했다. 그걸 다 쓰니 역시 글이 안써지고 노곤했다. 낮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야 했다. 결국 써지지 않는 글을 붙잡고 한글자도 쓰지 못한채 국도를 달렸다.


차선은 상행선 하나, 하행선 하나로 이뤄진 길이었다. 서행하고 있으니 차들이 나를 추월해서 갔다. 5월의 날씨와 바람을 기억하고 싶어서 길게 만끽했다. 빛에 물이 반짝거리는 것과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 긴 태양빛은 오래동안 추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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