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참아야 돼

by 강아

재작년까지는 법인별 매출액을 받았는데 작년부터는 주지 못하겠다고 한다. 물어보니 법인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못준다고 한다. 우리 팀에서는 개인정보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정보가 개인정보는 아니라는 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확인한 다음 다시 물었다.

'법인별 매출액을 안다고 어떻게 식별 가능하죠?'

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역과 매출액을 조합하면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됩니다'라고 했다.

'지역과 매출액을 조합하면 A 법인인지 알 수가 있나요? 이해가 안 되는데요'라고 했더니 그는 자신들 과에선 등록부과에서 하는 지시만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그쪽에 전화해 보라고 했다.


그쪽에 전화했더니 '매출액 공개가 안 되는 걸 타 기관의 선례가 있어 줬었는데, 이젠 각 기관이 각자의 논리를 찾아가서 우리에게도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저희가 국회요구자료나 필요로 하는 데가 있어서요'라고 하자 본인들은 활용성 기준에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저희도 상위를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서 미팅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들어오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어차피 답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니 공문을 보내라'라고 한다.


그래서 보스에게 보고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라고 했더니

'아니 시행령에 매출액 구간값이 아니라 매출액이라고 명시되어 있잖아'라며 톤이 올라간다.

'타 기간의 선례로 제공해 오던걸 이제 제공해 줄 수 없..'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락처 줘봐'라고 말을 끊었다. 그는 본인생각엔 되는 걸 상위에서 못한다고 하자 그게 내 설명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바로 전화를 했다.


담당이 나와 보스에게 다른 답변을 했다면 나는 깊게 회의감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답변은 동일했고 그는 전화가 끝나자 내게 말을 꺼내기가 그런지 다른 과업 관련으로 바로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했다. 나는 그 통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이 작자가 어떻게 사과하는지 보자' 고소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과는커녕 우리 상위 사무관에게 전화해서 해당청에 전화하여 데이터를 줄 것을 요청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게는 '앞으로는 앞뒤 다 잘라가며 말하지 말고'라고 하는데 내가 말하려고 한걸 그가 분명히 자르고 청에 전화부터 갈겼던 그였다.


업무 스타일 차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확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고 그는 길게 중언부언 말을 붙여가며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시행령에서 말한 것도 통계등록부에 매출액이 있다고 한 것이지 그걸 제공할 수 있다고 쓰여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업할 때 법을 들먹여가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는데, 사업담당자가 산출물을 가져오면 '해당 법의 몇 조에 따르면 그렇게 하면 안 돼' 딴지를 거는 사람이었다. 지식을 자랑하고픈 그의 욕심은 이번만이 미스가 아니었다.


본인이 하고픈 말이 있었는데 상위사무관이 성격이 급해서 전화를 끊었다며 내게 대신 전하란 말로 지시는 끝났지만 나는 한참 동안 화가 나서 망부석처럼 앉아 있었다. 말을 잘라먹고 한 게 아니라 그가 말을 끊은 건데 팀 내에서 사람들이 들으니까 권위 세우려고 말하는 게 기가 차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업무 스타일도 나는 두괄식이고 그는 미괄식인데 그럼 그에게 맞춰야 하나? 사람들은 상사에게 맞추는 게 사회생활 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애초부터 타인에게 맞추기보다 내 실력다지기에 집중한 나로서는 직장생활이 안 맞는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도 결국 아부하는 자들에게 승진은 다 가고, 기관장 스타일에 따라 그런 간신배에 눈가리어 도덕성 없는 이가 높이 올라간다. 오늘은 WBS 싹 다 무시하고 일정 딜레이 된 사람이 핀잔을 들었는데 그는 전형적인 인간관계 잘해서 승진된 케이스였다. 그런 사람이 나보다 윗직급이란 걸 인지하면 애초부터 애사심은 떨어졌지만, 한 번씩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만 발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억울하기만 하다.


몇 번이 곤 '내가 싫으면 떠나야지'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장의 대출금과 생계유지는 몇 번이 곤 그 다짐을 무르게 한다. 이해되지 않고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마다 병이 생기고 토로하듯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 건 글을 쓰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고통을 겪고 그걸 글로 쓰고 참고 다시 회사에 가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회의감이 든다. 그렇게 회사에서 돌아오면 라이선스를 따겠다고 공부를 하지만, 그마저도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집중이 안되고 씩씩거리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