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닌 것이다

by 강아

사람에 대한 경계가 굉장히 뚜렷해서 주변에 사람이 몇 없다. 대신 내 사람에게는 간과 쓸개를 다 빼줄 만큼 의리가 있다. 하지만 아닌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내 사람에게 일방적 희생을 한다는 걸 나도 객관적으로 알고 있고 상대방도 알고 있을 테지만, 상대방이 그걸 아느냐와 알지 못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A는 내 인생의 암흑기였던 재수할 때에 응원해 준 사람이었다. 그녀는 현역으로 들어갔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당시엔 부끄러워 말도 못 하다가, 어느 날 지하철에서 대학생들을 마주쳤을 때의 자괴감을 잊지 못한다. 그럴 때 A는 수능 100일 전이 되었을 때 손수 쓴 편지와 선물을 주었다. 지금은 선물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때는 무조건적으로 응원해 주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매년 생일마다 그녀는 더 값비싼 것들을 내게 선물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의 마음에 보답하려고 애썼다. 진심인 것은 서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하면서 알게 된 B는 달랐다. 그는 철저히 give&take였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이 그런 관계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조건 없는 마음을 베풀고 싶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났는데 마음이 쓰이고 잘해주고 싶은 사람. 하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내가 움직여야만 했고 그는 그걸 만나서 쓰는 돈을 그가 내는 것으로 치환했지만 아쉬움을 감출 순 없었다. 내가 약속 때 항상 찾아가면 그가 한 번은 올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만남의 횟수가 몇 번인지 셀 수 조차 없지만 그는 바뀌지 않았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를 내 사람으로 설정하고 조건 없는 희생을 한 것이다.


그를 왜 내 사람으로 설정했을까. 그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게 한 가정사 때문일까. 남들은 그런 거 들으면 관계를 단절하던데 왜 나는 그와의 관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을까. 그럼 지금까지 했던 거 0으로 되돌리고 그를 다시 보지 않거나 천천히 연락을 끊으면 될 텐데 그에게 이별을 고해도 그는 또 마지못해 날 잡겠지. 수많은 손절 경험 끝에 이제는 사람을 내치는 게 일 같지도 않은데 마음이 아픈 건 별 수 없다. 그건 지금까지 그에게 쏟았던 수고 때문인 걸까. 용서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그는 사과를 했지만 나는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 해답은 그가 내게 하는 모든 말을 배제하고 행동으로만 판단하는 거지만 그가 내게 액션을 취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일단은 예전엔 만나고 싶던 것이 이젠 만나고 싶지 않아 졌다.


A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