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꿈

by 강아

어릴 때 피아노를 연주하는 삶을 꿈꿨다. 5살부터 피아노를 쳐서 고등학생 때까지 쳤고 수능입시학원을 다니면서도 피아노를 놓을 수 없어 학원에 가서 2시간씩 연습했다. 피아노를 너무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족이 예체능을 지원해 줄 만큼 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엔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놓지 못했다. 조성진과 같은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나올 때마다 자괴감은 턱끝을 쳤다. 내가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피아니스트는 아니더라도 지방의 오케스트라에는 편입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취미피아노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결국엔 난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라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학원에서 이뤄지는 연주회 또한 서로 응원해 주는 분위기도 싫었다. 명백한 미스터치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것도 곤욕스러웠다.


어제는 피아노학원에서 주최하는 연주회에 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어서 최대한 정각에 맞게 도착하려 보니 내가 가장 마지막 도착자였다. 원장은 온 순서대로 음악을 연주하라고 했고 처음에 온 분은 슈베르트를 연주했는데 생각보다 음 연결도 좋고 페달링도 좋아서 이건 견딜만하군 들었다. 두 번째로 연주한 사람은 강약을 조절해서 연주했지만 미스터치가 너무 많았다. 다음 연주자는 완전히 연습실에서 혼자 연주하는 수준이었고 내 차례는 프렐류드를 최대한 미스터치가 안 나게 하는데 집중했다.


강사는 페달링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손가락 연습을 위해 하논과 메트로놈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그는 교회반주를 하다가 독일로 유학 갔다고 했다. 함께 있던 여자는 동일하게 독일로 유학 갔다가 학위를 마치지 않고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녀는 곡을 청해도 들려주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결여돼 보였다. 만약 내가 유학을 갔어도 그녀처럼 결국 무언가를 달성하지 못한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득해졌다. 최고가 되지 못하면 사람들과 연주를 공유하며 사는 삶에 그쳐야 한다는 것에 대한 현실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는 삶에서 피아노를 향유하는 삶이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은 계속 바뀌고 일등이 아니면 지방의 학원에서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연주회를 열어야 되는 결국 현실에 발붙여야 한다는 자괴감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그가 연주한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곡은 역시 미스터치가 있었고 그 정도로 연주하지도 못할 거면서 평가하고 있는 나 자신도 웃겼다.


어쩌면 음악을 못하게 한 아버지가 옳았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