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인발브 하지 말아 주세요

by 강아

직장 생활하면서 상사가 개입해서 잘되는 꼴을 못 봤다. 가장 최근의 일은 법인별 매출액을 가져올 수 있다고 법에 나와있다고 그가 말한 일이었다. 법 들먹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유권해석을 잘못해 결국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안 올린 것도 마찬가지다. 예산을 최대한 낙찰차액까지 쓰느라 변경한 예산을 내고자 하는 용역금액에 변경예산을 맞추고 나머지는 일반비에 넣으라는 것이다. 전혀 효용성 없는 일을 본인의 영향력을 펼치고자 실무자에게 말하면 점점 의욕은 줄어든다. 차라리 처음부터 실무선에서 그쳤으면 마무리되었을 일을 몇 번의 읍소와 전화통화와 접촉까지 하고 난 다음 안된다는 말을 들으니 더더욱 탈출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진다.


별 말 같지도 않은 일로 트집 잡는 것도 일과였다. 그들에게 상대방에 대한 반대는 그들의 자존감을 올리는 일이기에 보고서를 문제시하거나 미묘한 문구의 수정을 하는 것도 그런 몫이었다. 회사생활 초기부터 이해가 안 됐던 일은 보고서를 이쁘게 쓰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을 설득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자간과 문단과 네모칸을 적절한 간격으로 벌리고 원페이지에 딱 맞는 걸 선호했다.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수록 어떤 인사이트를 얻는 게 아니라 유치원에 와있는 기분이었지만 돈을 벌려면 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이해되지 않는 선생이란 작자들의 권위 세우기를 볼 때마다 절대 선생님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특별한 커리큘럼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지 교과서를 읊는 수준이면서 철밥통이라는 명분 하에 시간 때우기용 수업을 하는 선생을 보면 거부감이 차올랐다. 외모로 차별하는 선생은 일도 아니었다. 지식을 전달하는 본분보다 그들이 청소년에 대해 가지는 통제권을 펼치려는 자들을 보면 더더욱 막 나가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형성된 반골기질은 그들이 하지 말라는 것에 충분한 이유가 없으면 애써 룰을 지키지 않거나 내 할 일만 열중하는 태도로 나타났다. 결국 어렸던 나와 지금의 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정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난 기꺼이 변화했다. 본인일에 프로의식을 가지고 학생이 모르는 걸 선생이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설사 결점이 보이더라도 그를 따를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을 간혹 만나면 내 역량은 일취월장했지만, 그는 영원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은 요원했다. 마찬가지로 사회에 나와서 만나게 된 상사 중 제대로 된 사람은 한 사람밖에 못 봤다.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직위에만 심취해 있는 많은 상사는 그런 사람에 물들까 봐 두려워하게 만들었고 정말 이제는 나까지 퇴보하는 것 같아 하루하루 회사를 가는 일이 곤욕스럽기만 하다. 매일매일 가진 집을 팔고 그 자본으로 0부터 시작하는 나를 상상하지만 황야에 내몰렸을 때의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망설이고만 있다. 프리로 전향한 친구는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며 분명 다른 길이 있고 지금은 행복하다고 했는데, 한 발짝 내밀면 다른 길이 펼쳐지는 걸 알면서도 발끝을 톡톡 두드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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