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by 강아

가끔 뾰루지가 생겨서 염증 주사를 맞으러 간다. 가는 곳은 최저가 염증주사가격인데, 꼭 필요한 주사만 맞고 나오곤 한다. 오늘도 가기 귀찮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느니 맞고 말자 해서 병원에 갔다. 병원은 한산했다. 바뀐 점이라곤 원랜 접수를 하고 바로 진료실로 안내해 줬는데 이번엔 상담실장이 꼈다. 상담실로 안내하더니 염증주사만 맞으실 건가요? 묻곤 내가 빡세게 생겼는지 관상사이언스인가 결제를 먼저 하라고 했다. 하긴 상품을 권했어도 손절각이었다. 저번에 상담실장이 레이저를 권하길래 단칼에 거절했었는데 그 상담실장은 다른 데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시술실로 안내되어 이동했더니 살집이 있는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주사를 놓곤 잘 참으셨어요 하더니 뜬금없이 지적질을 했다. 눈가에 주근깨 같은 거 레이저로 지울 수 있거든요~ 신경 쓰이시면 엑셀브이레이저 해보는 것도 권유드려요. 이런 건 효과가 좋기도 하고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라며 내가 말하지도 않은 잡티를 지울 것을 종용했다. 내가 돈이 많았으면 그런 시술을 받았을까? 근데 이젠 솔직히 누군가에게 예쁘게 잡티 하나 없는 얼굴로 보여야 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러기 전에 니 얼굴이나 손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누가 누구한테 레이저를 하라 마라야.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살을 빼고 척추관절수술을 해서 키를 키워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더니 보톡스를 권했다. 이마에 눈 치켜뜰 때 주름 지는 거 있잖아요 보톡스로 말끔하게 없앨 수 있거든요~라고 그는 말했다. 왜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추가 시술을 권유하는진 나도 안다. 나 같은 염증주사만 맞으러 오는 체리피커들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든데 쁘띠시술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물론 재벌은 저세상 이야기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시술도 줄였을 거란 짐작이 갔다. 그래서 상담실장 루트가 플러스되고 원장의 코멘트도 늘었겠지. 하지만 내가 그걸 들으면서 든 생각은 '너네도 먹고살라고 용쓰는구나'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돈 벌기 위해 하는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돈을 번다는 일은 얼마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타인의 지적질에 자존감 없는 사람은 얼마나 돈을 피부에 처발랐을 것이며, 고객의 원하지 않는데 흠결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염증주사만 맞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