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것

by 강아

원래는 헤비 커피 드링커였다. 하루에 5잔은 예사였다. 지금이야 아메리카노가 흔해졌지만, 15년 전에는 커피숍이 막 도입되던 시점이라, 맥심을 주로 마셨다. 맥심은 노랑이가 있고 동결건조 대용량이 있었는데 나는 주로 후자를 사서 마구 타먹었다. 그걸 먹으면 속이 쓰린 느낌이 들었지만 잠이 깼다.


그러다 카페가 많아지면서,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셨다. 각성되는 느낌이 좋아서 마시면 가끔 잠에 못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커피 탓이라 생각하진 못했다. 스트레스 탓이거나 기분 탓이거니 하고 계속 마셨다. 건강검진에서 미란성 위염이 나타나고 커피를 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당분간은 계속 마셨다. 커피가 아니면 삶의 낙을 하나 잃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초기에는 디카페인을 파는 카페를 찾기 쉽지 않았다. 디카페인이라고 해봤자 콜드브루로 추출한 커피였는데, 콜드브루는 샷으로 추출한 것보다 약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하지만 디카페인이 없다고 하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면증일 경우에 카페인을 줄이면 좋다는 것이 점차 알려지며, 맥심 노랑이조차 초록이로 바꿨다. 확실히 잠이 깨는 느낌은 덜했지만 마치 무알콜맥주처럼 기분을 내게 해 주었다.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꾸고 나서 느낀 점은, 어쩌다 선물 받아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거나 하면 그날은 잠이 안 오는 것이었다. 불현듯 어떤 날 잠이 안 와서 하루를 돌이켜보면 그날은 카페인을 마신 날이었다. 그래서 이젠 누가 공짜로 줘도 커피는 거절하게 되었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다음날 영향이 적은 금요일 같은 날은 조금 마시기도 했다. 8시간 자던 잠을 한 시간만 줄여도 다음날 컨디션엔 영향을 받아서, 꼭 그 잠을 보충해야만 본래로 돌아왔다. 잠을 못 자는 건 사람을 예민하게 했다.


그래서 요새는 디카페인 헤비 유저가 되었다. 한동안 끊었던 카페 음료를, 디카페인이 생기고나서부터 다시 단골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통장 지출은 조금 늘어났을지라도,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의 순간을 되찾은 것 같아서 꽤나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