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회사의 비애

by 강아

회사생활 한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도망가려고 했던 방법들도 다양하다. 파견, 이직, 부서 옮기기 등 이직 빼고 다 겪어보았다. 상위부처로의 파견은 처음엔 그 자리를 회사의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이 갔다가 2주 만에 재파견요청이 와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사회 초년생으로의 열정만 있을 뿐이었다. 당시 회사가 경기도에 있어 세종으로 출퇴근하려면 숙소를 구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세종엔 (당시) 제대로 된 숙소가 없어 둔산동에 방을 구하고 차로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했다.


당시 갔던 팀은 홍보팀이었는데, 기사를 내보내고 언론과 조율하는 업무가 주된 일이었다. 그래서 일간지기자는 수시로 팀을 왔다 갔다 했고 당연히 홍보팀은 기자를 우대해주는 분위기였다. 내 소속기관에게 하던 그들의 강압적인 태도는 별로 볼 수 없었다. 짧은 기간 일했지만 자료를 요청하는 관련부처는 정중했고 부서 내 분위기도 챙겨주는 따스한 문화가 있었다. 그게 설령 객식구인 나를 위해서였을지언정, 점심때 식사를 주무관님들이 데려가주고 했던 것들이라든지,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렀을 때도 찬찬히 알려주는 태도는 이래서 더 나은 직장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당시 내가 간 파견도 사무관 승진으로 인한 교육으로 자리를 비워 가게 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사무관(代)이다 보니 내게 전화를 건 사람도 사무관이겠거니 전화를 해서 어투도 정중했을 것이었다. 부처를 떠나던 날은 부서회식을 거하게 치러주었는데, 상위부처 다른 팀은 다 싫지만 함께 했던 홍보실 사람들은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나이스하면 버틸 수가 있는데, 지금 회사에서 일하면서 온갖 이상하고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을 다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상위 파견자리가 났다고 했을 때 조용히 신청했던 것이다. 만약 파견을 가게 된다면 6월부터 시작되는 기간, 게다가 바쁘기로 소문난 부처 특성상 휴가를 내는 건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휴가 같은 걸 차치하고서라도 내겐 상황의 변화가 필요했고 만나는 사람도 간절하게 바꾸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신청하고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하다못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면 인사발령에 소식이 떴을 텐데, 어떤 공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의문으로 남아있던 찰나 파견을 주관했던 팀장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근데 그 파견건 어떻게 된 거죠?'

그는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그거 다른 기관에서 파견하기로 했어'


다른 기관이란, 우리보다 인원과 조직이 크고 예산이 많은 대형 소속기관이었다. 소속기관이라고 다 같은 기관이 아닌 엄연히 급과 파워가 다른 것이다.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친구는 파견을 신청해서 됐다한들, 그건 나의 상황과 별개의 것이었다. 그녀는 힘이 센 기관의 직원으로 속해있었고, 나는 힘없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게 달랐다. ‘이래서 대감집 종이 되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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