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에선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에서 성공은 진급을 잘한다는 이야기고, 상사 옆에 앉은 그의 前부하직원은 보스가 말하는 것마다 ‘옳소 맞아요’를 외치고 있었고 뭘 할때마다 그의 의견을 구하곤 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람들이 모인 워크숍 자리에서 5분 스피치를 할 때, ‘저 그렇게 나이 적지 않아요. 여기가 2번째 직장이구요. 이번에 조사 진행건은 무조건 내일 승인 낼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있었고 너무 확정적으로 말해서 오히려 괴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도 한때 그녀와 같이 근거없는 확신에 빠져있었을 때가 있었다. 이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처지가 된 나는 ‘쟤는 언제쯤 무력감에 젖게 될까’를 혼자 생각해 보았다.
최근의 워크숍과 출장, 병가로 일주일에 거의 한번 출근하는 꼴이었다.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원하던 승진이 되지 않고, 열심히 해도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난 후로부턴 회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연차나 출장을 가는게 눈치가 보였지만 이제는 그냥 간다.
막상 출근하려고 하니 올려야 하는 기안같은 것들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런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아무리 회사를 오래 다녀도 여전하려나. 예상외로 출근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던 상사는 나와 있었고 내게 물었다.
“워크숍때 내가 한 질문 들었어? 졸고 있었지”
상사는 이제 틈만나면 나에게 부정적인 단어를 썼다. 가령 워크숍때 뭐 하고 싶냐고 묻기에 ‘카페 가서 책읽고 싶은데요’라고 하니 ‘혼자 고상한척 해. 재수없어’라고 하거나 일을 하는 척만 하는 동료가 ‘일이 너무 바빠요’라고 하소연하자 그걸 나한테 넘기고는, 내가 못하겠다고 하니 ‘쟤가 못하겠대’라고 하는 등이었다. 그런걸 볼때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유치해지는건가 혼자 생각하다가도 ‘어차피 회사 그만두면 다시 볼사람도 아닌데’ 생각하면서, 어찌 보면 그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하는 굴종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더니 상사는 출장을 휑하니 가버렸다.
회사가 싫어 가능하면 회사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남들 다 하는 출장이나 교육같은걸 업무처리 한다고 참여하지 않고 사무실에만 있었는지 모르겠다. 맡은바 소임을 다해도 승리자의 왕관은 항상 헤비토커나 라인으로 결정된다는게 내 모든 의욕을 앗아가 버렸다. 요샌 집도 싫어서 금요일이면 매번 가보지 않은 해변으로 차를 몬다. 전혀 서두를 일도 없는 길을 rpm을 밟으면서 초조해하다 비가 내리면 그게 내 상황인거 같아서 막막해졌다. 비가 멈췄을땐 배가 고팠고 어중간한 걸로 때우고 싶지 않다며 휴게소에서 어묵을 사먹었다. 계속해서 운전을 하는데 새가 줄지어 날았다. 도착한 숙소 근처에 식당이 있겠지 어림짐작 했던건 결국 편의점에서 순대와 오뎅국으로 저녁이 되었다. 가장 웃겼던건 그 상황에서 배가 고프니 ‘승진, 회사, 미래’같은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음식을 먹자 다시 원래의 불안하고 조급한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