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다.
왜 화가 났냐고 물어보면 결국 결혼까지는 아니었던 거면서 본인이 필요할 때 전화를 하는게 화가 났다. 생각해보면 나도 결혼을 원했던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내게 확신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화가 났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 봐도 나를 배려했냐고 자문해봐도 그런적이 없었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만큼의 피드백이 없는거 같으니 화가 난거다.
처음부터 사생활을 오픈하지 않는다거나, 하루종일 주식창을 바라보고 있는것도 한심했다. 하지만 돈에 미쳐서 그렇다고 이해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내가 차지하는 부분보다 돈에 심취해 있는 사람인걸 만나면 만날수록 알게되자 허망해졌다. 그는 바뀌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래왔던걸 내가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마음이었던걸 알자 화가 났다.
결국 어릴때부터 게임처럼 생각하던 사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내게 넘어올까 딜했던 나. 넘어오면 버리기. 이상하게도 그가 내게 넘어왔을때 느꼈던 감정은 승리감이었다. 하지만 그게 영원하지 않다고 느껴지자, 헌신하지 않는다고 느껴지자 화가 났다. 보통 그러면 병신처럼 달라붙어야 하는데 왜 안그러지? 결국 그만큼의 마음이 아니었던 건데 내 마음대로 안되니까 화가 나고 그게 분노로 이어진거다.
처음부터 신뢰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신뢰를 원했다. 조금씩 오픈하면서 그게 쌓일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람에게 그걸 바라는건 어불성설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믿었나? 믿었었다. 하지만 믿지 않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믿을거란 기대가 부서지자 그를 버렸다. 스토커처럼 기다리던 그를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더이상 날 기다리지 않는다. 전화는 차단해서 전화를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다. 분노의 감정이 들때마다 사그라들길 바라며 걷는것도, 걷고 난 다음에 그 감정이 조금 사그라드는것 같이 느껴지는 것도, 다음날이 되면 또 분노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