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니니 여전한 것도 있지만 달라진 것 또한 많다. 첫 번째는 접대문화다. 용역비로 몇억씩 태우면 해당 업체 사장은 직원에게 접대를 했다. 그걸 알게 된 건 동기모임에서였다. 9명 중 7명이 이직을 하고 2명이 남았는데, 어제 모임에서 '지났으니까 얘기할게'라고 그가 말을 꺼냈다.
'모르고 갔는데 업체 직원이 우리 팀 사람들을 횟집에 오라고 하더라고. 밥 먹는 줄 알고 갔는데 그게 밤이 되니까 룸같이 변하더라. 여자직원은 내보내고 접대하는 여자가 한 명씩 붙는 거야. 난 좀 이상하다 느껴서 당시 여자 친구한테 전화해서 여기 좀 이상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오만 원을 옆의 사람에게 꽂으면서 키스를 하더라.'
'그 자리에 누구 있었는데?' 내가 물었다.
당시 업체에게 돈을 받아서 퇴직했다는 소문이 있던 사람을 그는 말했다. 내가 극혐 하는 갑질한 상사도 멤버 중에 있었는데 그는 나중을 생각해서였는지 몰라도 '내 스타일 아니에요'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회식문화다. 윗사람에 따라 회식의 빈도가 달라지는데, 처음에 내가 입사할 당시에는 당시 CEO가 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점심에 막걸리 마시는 걸 보고 우리 동기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애주가 기관장이 왔을 땐 가관이었다. 주 5일을 팀을 바꿔가며 업추비를 긁기 바빴고 그런 와중에도 여성직원을 본인 테이블에 앉히는 걸 본 후배와 나는 그를 경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술을 들이부으면서 하는 말은 본인 공치사밖에 없었다. 모든 공무원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 사람을 보고 특히나 인간에 대한 환멸이 들었다.
점심식사도 무조건 팀이랑 같이 먹어야 했다. 그때 가장 싫었던 건 6명이 54000원 식사를 하면 내가 결제를 하고 다른 사람이 구천 원씩 이후에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럼 그중 황차장은 그걸 굳이 현금으로 주었고 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나는 항상 천 원짜리 등을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계좌로 주는 사람들도 간혹 까먹었다거나 안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였다. 매일 똑같은 사람들과 밥을 먹어 나중에 이야깃거리도 소진되었지만 상사는 아재개그로 무마시키려고 하거나 본인 기분이 안 좋으면 식사자리가 가시방석이었다. 식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커피를 산다며 2차로 카페까지 가는 여정이었는데, 그렇게 점심시간을 1시간가량을 보내고 돌아오면 진이 빠졌다.
지금은 회식도 점심회식을 하는 케이스로 많이 바뀌었고 술도 본인이 안 마시면 거절하면 되지만 그때는 분위기가 거절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스탠스였다. 집에 간다는 직원을 뺨 때리며 가지 말라고 했던 부서장을 그때 윗사람이 다 쉬쉬하며 무마하는 분위기도 괴이했다. 결국 기관장과 임원, 타 부서장이 그녀에게 아무 말하지 않았던 건 인턴직원이 언론에 고발했고 그녀는 사직서를 냈지만, 그마저도 회사를 그만두기 싫었던지 사직서를 철회하였지만 결국 내부적으로 그녀는 퇴사하는 걸로 되었다. 지금도 고충은 있지만 정말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고선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