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국밥을 좋아한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국밥 한그릇이면 적당한 땀이 나면서 속까지 뜨끈해지는 느낌이 마음을 채워주는 효과를 자아낸다. 사회생활 하고나서부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메뉴를 고르다보면 국밥이나 찌개 종류를 고르는 때가 많았는데 어르신이 좋아해서가 아니고 내가 좋아해서였다.
보통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가성비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측면으로도 좋은게 백반 아니면 국밥이었다. 짬뽕도 국물이 있어 좋아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먹으면 속이 좀 쓰린감이 있어서 하얀 국물인 순대국이나 설렁탕 종류를 고르곤 했다. 특히 좋아하던 순대국 집이 있었는데 흰 국물에 당면 순대가 아닌 만든 순대가 들어가 있었다. 적당한 수육도 얇게 들어가 있고 후추를 톡톡 뿌려 잡내를 없애 깍두기랑 먹으면 오전까지 허기졌던 배속이 든든해졌다.
아니면 된장찌개도 좋아한다. 처음 된장찌개를 끓여본건 20살때였는데, 그땐 제철 식재료를 장봐놓고도 왠지 끓이고 나자 쓴맛이 났다. 그땐 이유를 몰랐는데 알고보니 된장찌개는 장이 제일 중요했다. 그때는 시중에 된장찌개용 베이스가 따로 나와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와있을 뿐더러 육수를 내는 코인도 나와있을 정도로 잘돼있다. 그거랑 양파, 파, 마늘, 차돌박이 아니면 바지락, 두부, 고추, 버섯을 넣고 끓이면 마음이 추운날 한끼 먹으면 따듯해질 수 있는 밥상이 완성된다.
근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대학생때 인도여행 다녀와서 배탈나서 정신이 혼미하던 때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해줬던 된장찌개가 뇌리속에 박혀있다. 인도의 특유 향신료는 정말 맞지 않았다. 더러운 위생도 다시는 인도를 찾고싶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