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갔다가 친구가 술 취해서 먼저 자는 바람에 옷장에 있던 이불을 꺼내서 둥글게 말고 잤지만 바닥의 냉기는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싱글침대에서 껴안고 잘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가 쉴 새 없이 피워대는 전자담배가 목을 자극해서 침을 삼키기 어려워진 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인후통과 두통은 멈추지 않았고 잠자리에 들때즘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폼롤러로 진정해 주니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월요일 출근하기 전 컨디션이 더 안 좋아져서 병가 낼까 하다가 최근 회사를 너무 안 가서 억지로 출근하니 출근한 당시는 조금 괜찮았다. 하지만 인후통은 점차 줄어들고 두통과 콧물증세로 이어졌는데 나중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는 내게 이런 질환을 겪게 한 친구마저 싫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었고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가서 빠르게 약처방받으면 나을 것이지만, 또 병원에 가긴 싫었다. 이건 내 고집과 같은 것이어서 결국 오늘 회사에 가서도 나는 끝없이 흐르는 콧물을 막기 위해 크리넥스를 말아서 양쪽 콧구멍에 끼우고 있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맑은 콧물이 계속 흘렀기 때문이다. 병가를 낼까도 수없이 생각했지만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은 한 시간씩 지났고 결국 퇴근시간이 된 것이다. 예전엔 병이 나면 빨리 낫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제는 그냥 병이 지나가게 둔다.
공교롭게도 이브였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캐럴행렬이 피곤하기만 하다. 역시나 음식을 포장해서 집에서 먹었다. 조용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