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그런가 내려간 기분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건 크리스마스에 누군가 옆에 있지 않아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아니었다. 생각 없이 넷플을 보며 얼마간 웃었고 음식은 모두 배달시켜 먹으면 됐다.
회사에서 멍 때리다 왔다. 송년회가 있는 자리라 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니 무료함이 날 감쌌다. 회사에 있으면 더 나은 자리로 가야 한다는 욕망에 시달리지만 집에 오면 손까딱 하기가 싫다. 난 에세이로 책을 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자기 열패감에 시달렸다. 분명히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류였지만 얼마 전 보낸 출간기획서가 모두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일 회신으로 돌아오자 이마저도 그만하고 싶었다.
회사는 돈을 위한 수단 그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고 믿으면서 막상 몸 하나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졌을 때 지금 직업이 아니면 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끔찍하게 맞이해야 하는 걸 상상하니 글 쓰는 것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분명 글을 쓰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글로 돈 한 푼 벌지 못한다 해도 쓰는 것이 날 규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도 안 나오는 현실을 차갑게 바라보니 매일 끄적이던 브런치도 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냐고 몇 번이 곤 내게 묻는다. 내겐 나보다 더 목숨 바쳐 사랑할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자기의 어떤 열정이나 사랑을 바칠 대상을 찾아가고 있을 때 나는 막연히 길인 것 같은 곳으로 걷다 보니 어느 날 주변을 바라보니 누구도 있지 않은 곳에 혼자 덩그러니 던져진 기분인 것이다. 혼자인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견딜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오랫동안 겪어왔던 외로움이란 감정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더 이상 사회적 권위에 자존심 버리고 왈왈거릴 자신도 없으면서, 내면의 길을 찾지도 못하는 자아분열 단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