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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Dec 26. 2024

주기적인 기분저하

겨울이라 그런가 내려간 기분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건 크리스마스에 누군가 옆에 있지 않아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아니었다. 생각 없이 넷플을 보며 얼마간 웃었고 음식은 모두 배달시켜 먹으면 됐다. 


회사에서 멍 때리다 왔다. 송년회가 있는 자리라 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니 무료함이 날 감쌌다. 회사에 있으면 더 나은 자리로 가야 한다는 욕망에 시달리지만 집에 오면 손까딱 하기가 싫다. 난 에세이로 책을 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자기 열패감에 시달렸다. 분명히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류였지만 얼마 전 보낸 출간기획서가 모두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일 회신으로 돌아오자 이마저도 그만하고 싶었다.


회사는 돈을 위한 수단 그 외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고 믿으면서 막상 몸 하나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졌을 때 지금 직업이 아니면 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끔찍하게 맞이해야 하는 걸 상상하니 글 쓰는 것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분명 글을 쓰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글로 돈 한 푼 벌지 못한다 해도 쓰는 것이 날 규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도 안 나오는 현실을 차갑게 바라보니 매일 끄적이던 브런치도 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냐고 몇 번이 곤 내게 묻는다. 내겐 나보다 더 목숨 바쳐 사랑할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자기의 어떤 열정이나 사랑을 바칠 대상을 찾아가고 있을 때 나는 막연히 길인 것 같은 곳으로 걷다 보니 어느 날 주변을 바라보니 누구도 있지 않은 곳에 혼자 덩그러니 던져진 기분인 것이다. 혼자인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견딜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오랫동안 겪어왔던 외로움이란 감정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더 이상 사회적 권위에 자존심 버리고 왈왈거릴 자신도 없으면서, 내면의 길을 찾지도 못하는 자아분열 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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