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휴 마지막 날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시간을 조정하다 보니 오늘 만나게 됐다.
홍대의 어느 식당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Coffee and bar 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는 이번 설에 결혼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휴가가 10일정도 생길 것 같은데 미국을 갈거라 했다.
-넌 뭐할 예정이니
-여행.
-어디로?
-아직 장소는 안정했어. 어디가려구?
-시애틀. 가능하다면 캐나다도 가고 싶고.
여행 이야길 하며 커피집에 다다랐다.
그는 엠비에이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난 회사에서 지원을 받으라 했다. 과장급이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디제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살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이라 반가웠지만 이미 현실만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걸까?
그는 어느날 청첩장을 건넸다.
- 나 결혼해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었다.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난 '그래 가야지' 란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와 있는내내 얼빠진 것처럼 굴다가 집에 오며 내 감정의 원인을 찾았다. 그건 화가 나서였다. '날 사랑한다면 나만 사랑해야 하잖아. 그렇게 다른사람에게 옮겨갈 거면 그게 사랑이야?'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저주를 퍼붓질 못한걸 후회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냐고. 난 일부러 싸가지 없이 말하는 내 태도를 곧이 받아들이는 네게 화가 났고 한때는 날 사랑했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결혼한다는 말을 하는 네게 화가났다.
결혼식은 갈수가 없었다. 결국 영원한건 절대 없다고 생각하며 상실감을 느꼈다.
항상 똑같지 난 당신을 잃은 직후에는 슬프지 않았어 하지만 점점 슬퍼지다가 결국엔 절망에 빠졌어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날 생각하지 않으니까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도 염치없어서 못해 내가 할수 있는 건 취하거나 당신을 생각하거나 당신을 떠올리거나..
그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 쯤에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
그는 청주로 전근왔다며 시간될때 한번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런 그의 연락이 반가웠다. 대학시절을 함께 했다는 추억과 결국 결혼하고서도 잊지 못해 전화하는 그에 대한 승리감도 있었다. 그는 술에 취해 전화하곤 했다.
-결혼생활 어때? 내가 물었다.
-그냥 그렇지 뭐 그가 말했다.
그랑 한동안 연락을 주고 받다가 하루는 말했다.
-근데 이러는게 와이프한테 미안해야 하는거 아냐?
그는 그 말을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그냥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나는 가끔 그가 잘 사는지 궁금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