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보스가 상위가 안된다고 하는 걸 왜 안되냐고 본인 의견을 주장했다. 주무관에게 전화해서 물었을 때 그(주무관)는 안된다고 했다. 기업정보는 민감정보라 안된다고 하며 본인 소관이 정확하겐 아니니 다른 여자를 바꾸어 주었고 그녀 또한 안된다고 했다. 간곡하게 물어봤지만 안된다고 해서 보스에게 보고했더니 그는 신경질을 냈다.
-연락처 줘봐
그는 자기 논리대로 하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번호를 건넸고 그는 통화를 하더니 처음의 태도는 점점 굽신거리는 형태가 되었다. 결국 안된다는 답변이 최종이었고 그는 내게 화를 낸 것에 대한 사과 같은 건 없었다. 단지 '다른 일'을 통해 말하며 보다 누그러진 태도로 말하다가 '앞뒤 끊어가면서 말하지 말고'가 그가 한 말이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그는 내가 확언하는 게 거슬렸다고 말하지만 사실 진실을 말하는 게 거슬리는 것이다. 그는 말을 돌리고 돌려 결국 본인한테 유리한 말만 듣고 싶어 하는구나 알게 됐다. 사람들은 그게 사실이어도 본인한테 유리하지 않으면 그 말을 듣지 않거나 끝까지 자기주장을 관철하거나 진실을 무시한다. 그게 지난 사회생활에서 내가 배운 것이다. 간혹 그가 부드러울 때는 그와 나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였다.
예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무리 무소의 뿔처럼 살아온 나여도 사람이 필요했다. 구차하게도 오픈채팅을 통해 구한 지역사람은 두 번째 만남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주정을 부렸다. 동기사랑이라고 했던 동기도 결국은 병원까지 같이 가는 걸 전날에 취소했다. '인간관계란 게 이런 거구나' 그때부터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선이 보였다. 결국 사회적인 관계뿐인걸 그걸 사람들은 인맥이 많다고 간혹 뽐내고 싶어 하거나, 순전히 본인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할 뿐이다.
나이가 같아 친구가 되자고 했던 남자애는 그날 병문안을 와달란 나의 말에 '코로나 때문에 병문안 안되지?'라고 물었다. 그 또한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어서 소수가 모이는 건 병원 내에서도 가능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결론은 오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듣고 싶던 말이 있었고 그건 '응 (병문안) 안돼'라는 말이었다.
퇴원하고서도 왜 굳이 그를 찾아가서 만났는가 생각해 보면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도 그는 한 번도 날 만나러 찾아오지 않았지만 나도 내 기준에서 계급의식에 절어서 그와 같은 계층인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직종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역겹지만 그때는 그랬다.
항상 했던 나의 희생,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그는 내가 관계를 종결함으로써 끝이 났다. 진작에 끝냈어야 하는 관계를 내 욕심으로 끌고 있었다는 걸 결국 인정해야만 했다. 그동안 숱하게 말해왔던 나에 대한 신상과 근황과 정보를 다음번 만남에는 그가 그걸 기억하고 있지 않을 때 '그도 똑같이 외로움에 날 만났을 뿐 사람으로 날 궁금해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