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 안 해요?

by 강아

상위가 들어오라고 해서 외근 달고 나갔다. 예전엔 이렇게 들어오라고 할 때마다 긴장이 됐는데 그 이유는 업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걸 물어볼까 봐였단 걸 지금은 안다. 지금은 내 업무에 대해서는 누가 물어와도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그 이후부터 아무리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일지라도, 나이가 많다고 모든 걸 더 많이 알게 되는 건 아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한다.


외근 간다고 하니 상사는 '같이 안 가도 돼?'라고 물었고 나는 제발 같이 가지 마시죠 속으로 생각하며 '예'라고 답했다. 뭐 때문에 가는데 그가 물었고 가중치와 제삼자제공 때문에 간다고 말했다. '그게 뭔데? 그거 나도 모르는데'라고 말하는 상사는 이럴 때는 그래도 솔직한 거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모르는데 아는척하는 것만큼 추한게 없다. 내가 하는 업무는 가중치를 부여해서 수치를 발표하는데, 그 가중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상위는 궁금한 모양이었다.




상위에 갔더니 담당사무관에게 큰 틀의 하부에 속하는 카테고리에 가중치를 곱해서 모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가중치를 알려고 다음 주에 데이터센터 가는 거예요. 응답값에 무응답이 있어서 그걸 4개의 층화변수를 고려하여 최종개수가 나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는 수긍하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근데 윗분이 많이 궁금해하시나 봐요. 보고회에도 참석하시고'라고 말했다. 연초지만 이월한 사업이 있어 차주에 보고회를 진행하는데 그때 모시려고 일정을 파악하고 있다고 주무관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주무관은 '정책내용이라 궁금하신가 봐요'라고 말했지만 사무관은 '그렇다고 다른걸 소홀히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2개의 용역을 비슷한 시기에 계약했는데 하나는 참석하고 하나는 참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집요함 때문에 그가 싫었었지' 예전에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본 상위관계자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무관이 가고 새로운 사람이 온다고 했고 그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찝찝함은 과거의 그에 대한 상념이 뇌리 속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일 테다.




그는 '담배 피우고 갈게'라고 주무관에게 반말을 했다. 그전 사무관은 주무관한테 존대했는데 권위반발이 심한 나는 이런 것조차 기껍게 안 보인다. 그러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누르는데 다른 엘리베이터는 짝수층만 서서 어정쩡하게 그와 같이 설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에서 쓸데없는 말을 절대 안 하는 나지만, 그의 기습공격에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안 해요?'

그를 처음 만난 게 10년 전이었고, 그땐 대학졸업하고 갓 입사했으니 지금의 근황을 묻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우리나라에서만 기혼 여부를 묻는다고요. 명백히 사생활에 해당하는 질문을 왜 하십니까'라고 말했고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되물음도 생각했다. 공적 이야기만 하는 그인걸 알았기에 이와 같은 질문이 더 불쾌했다. '왜 내가 보스와 있을 땐 하지 않던 질문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글쎄요'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처음 봤을 때가 20대 중반이었죠. 그럼 지금은 30대 중반?'이라고 나이까지 언급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 그건 내가 그에게

'병가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무슨 병명으로 가신 거예요?'와 같이 사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편함을 억누르며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나는 말을 현저히 줄인다. 그는

'잘 가요'라고 본인 할 말만 하고 담배를 피우러 갔고 나는 마치 평소와 같이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웅덩이를 밟아 오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으로 주차된 차를 향해 갔다. 차에는 불법주차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주차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해 놓던가 차량등록은 해주면서 강력스티커를 붙여놓으면 어쩌자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스티커제거제 사야겠네'하며 회사로 돌아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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