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는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약 20명 정도가 모이는 나름 대규모이다. 일반적으로 모임이 10명 이내로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꽤나 큰 것인데 모여서 카드를 놓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흥미로웠는데, 경청하는 사람이 있었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어 시너지효과가 나서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었다. 몇만 원에 해당하는 참가비가 있었지만 그게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에 참여했을 땐 처음보다는 감흥이 덜했는데, 이유는 사회자가 타인의 말을 별로 경청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들이 말하는 음악가를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호스트가 와서 '저번 모임에서 무인도에 뭘 가져갈 건지와 같은 질문은 빼달라고 해서 질문을 좀 심도 있게 했어요'라고 하자 화장실에 갔던 게스트가 돌아왔는데, 그는 '무인도 질문 재밌었는데'라고 말했다. 호스트도 고충이 많겠다 싶었다. 나는 무인도에 뭘 갖고 갈지 같은 건 대화하고 싶지 않다.
다음 모임이 열렸는데, 내향형인 사람이 모이는 모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모임플랫폼에 들어갔을 때 그와 같은 모임이 있었고 곧 그걸 카피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임장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의 수익을 내야 하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예전 다른 모임에서도 호스트는 공간운영사업을 하고 있었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모임을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친해졌고 내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음날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2차는 가지 않고 빠졌다. 사람들은 나 빼고 모두 다음장소로 이동했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음에 다시 보지 않을 거란건 알고 있었다. 순간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 그래서 어떤 모임을 가도 2차는 가지 않고 빠졌었다.
그 모임에서 잘 따르던 동생이 모임을 개최해 달라고 해서 무비용으로 모임을 개최했다. 그녀가 수건 돌리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임을 개최했고, 그날 재밌었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몇 그 모임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날이 다가올수록 호스트의 부담은 더해졌다. 참가자로 참여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프로그램도 기획해야 했고 장소도 선정해야 했다. 사람들이 시간을 내는데 재미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인터넷에서 카드를 사기도 했다. 물론 그 카드는 배송일정이 지연돼 예정된 날짜 안에 도착하지 못했다.
참여인원은 계속해서 늘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모임의 소개글을 카피했다. 나는 무료모임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어떤 수익창출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모임장은 내 링크를 공유하여 욕 댓글을 써놓았다. 그걸 본 따르는 동생이 내게 알려주었고 다시 원래대로 소개글을 돌려놓았지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사람들과 모여서 놀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욕받이를 할 것은 무어고 막상 당일이 다가오자 '계획한 일정이 다가오면 막상 하기 싫은 심정'이 되었다.
그날은 긴장했는지 모임에 늦지 않으려다 접촉사고가 났다. 큰 행사가 있는 공원이라 주차자리는 만석이었고 인근 건물에 주차하려다 차 옆이 긁힌 것이다. 이미 그때부터 내 기분은 저하되어 있었고 막상 모이는 장소로 가서도 사람들은 대부분이 늦었다. 여차저차 공원에서 수건 돌리기를 하는데 머릿속엔 계속 차가 생각났고 따르는 동생은 나름 아이디어를 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해 주었지만, 모임종료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빠르게 카센터에 전화해 차를 고칠 생각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고치고 나니 밤이 되어 있었고 나는 조용히 해당 모임어플의 탈퇴버튼을 눌렀다. 그날 모임의 참가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컨택을 하기 위해 카톡방도 팠고 내 카톡아이디도 알려주었지만 모임이 끝나고 개인적인 연락을 해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통해 관계의 피상성을 배웠다.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을 뿐이다.